영화 - 카운트다운 < 살기 위한 긴박한 시 간 싸 움 >
영화 - 카운트다운 < 살기 위한 긴박한 시 간 싸 움 >
최근 쟁쟁한 배우 두 사람이 참여해 화제가 된 영화가 개봉했다.
이름하야 ' 카운트다운 ' .
이 영화는 칸의 여왕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연기파 배우 전도연과 수많은
영화에 출연해 그 존재감을 입증시켜온 정재영이 만나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끌어왔다. 지난 10월 6일 그 뜨거운 관심을 뚫고 드디어 뚜껑이
열린 영화 속에는 쟁쟁한 두 배우 이외에도 장기기증이라는 소재가
담겨있었다.
아들은 주고, 아버지는 받고
최고의 채권 추심원으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안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건호(정재영 扮)는 어느 날 갑작스레 도로 한 복판에서 의식을 잃게
된다. 병원으로 옮겨져 의사에게 간암 말기라는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되고
살 수 있는 희망은 오직 간이식 수술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족들 중 이식을 해줄 사람이 있다면 함께 병원에 오라는 말을 듣고 시골집으로 발을 옮겨보지만, 오래된 이발소를 지키고 있는 그의 부모는
한눈에도 간을 이식해 줄만큼 건강치 못해 보인다.
절망 속에서 간암의 고통은 점점 건호를 압박해오고 결국 살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건호. 몇 해 전 죽은 자신의 아들이 장기
기증을 한 사실을 알고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를 찾는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서 아들에게 장기를 이식받은 이식인 정보를 몰래
빼낸 건호는 그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본인이 간암 말기 환자이고 간 이식 수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식인 모두 기증을 해 줄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심장을 이식받은 하연 (전도연扮)을 찾아 교도소를
찾는 건호. 사기죄로 복역 중인 하연에게 자신의 통장잔고를 보여주며 간을 기증해주면 통장에 든 모든 돈을 하연에게 주겠다고
약속한다. 1억이 넘는 돈을 본 하연은 출소하 면 건호에게 간을 이식해 줄 것을 약속하는데....
간을 찾아 쫓고 쫓기는
별주부전의 토끼와 거북이처럼 간을 사이에 두고 설전을 벌이는 건호와
하연. 용궁의 화려한 삶을 미끼로 토끼를 유혹하는 거북이처럼 통장잔고를
미끼로 간이식을 부탁하는 건호와 유혹에 이끌려 용궁으로 향하는
토끼처럼 돈을 보고 간 기증을 약속했다 출소 후 마음이 변한 하연,
간이식수술을 며칠 앞두고 출소한 하연은 복역 전 금전적인 문제로 얽혀
있던 한 조직에 의해 쫓기 게 되고 그녀를 살려야만 자신이 살 수 있는
건호는 필사적으로 하연을 보호하지만, 정작 하연은 건호를 이용할 뿐
간을 기증해 줄 마음은 없다.
감동은 떠나가고, 감정만 남아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영화 카운트다운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랬듯 이번 영화 역시
장기기증을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일로 그려내는 것에는 실패하고, 사건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자극적인 요소로 사용한 것이 아쉽다.
영화 초반 건호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들어가 손쉽게 이식인 정보를
빼내어 오는 것을 볼 수있는데, 뇌사자에게 장기를 이식받은 이식인의
정보를 한 개인이 그것도 직접 기관에 숨어 들어가 빼내어 온다는 것은
무리한 설정이다. 또한 건호와 하연이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의 승인을
받지 않고 병원을 찾아간 날 바로 간이식수술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는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승인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식수술을 위한 사전 검사 과정도 무시된 채 수술이 진행된다는 것은 아무리 영화 속 이야기라지만
납득을 하기 어렵다. 이 뿐 아니라 영화 말미 건호가 장기기증등록자라는 사실을 그의 가족도 아닌 하연에게 설명하며 동의를
구하는 장면도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진 이야기이다. 앞서 말한 것들은 정보의 부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라 하더라도 돈으로
장기기증을 유도한다는 사실은 우리를 씁쓸하게 만든다. 장기기증이 어떠한 금전적인 가치로도 그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숭고한
가치라는 것을 망각한 영화의 진행은 많은 장기기증자들과 등록자 그리고 이식인들에게까지 실망감을 안겨 줄 수밖에 없다.
' 아이러니 ' 가 남지 않길
"천사 같은 유민이가 아빠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것이 정말 아이러니야."
영화 말미 건호가 장기기증을 하고 떠난 아들 유민이를 회상하며 고백하는 대사이다.
영화에는 이처럼 ' 아이러니 ' 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영화에서 말하는 아이러니
처럼 앞으로 제작되는 영화나 드라마등에서 장기기증이라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소재를 가볍거나 논란을 일으킬만한 결과물로 재창조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장기기증이 어디까지나 숭고한 나눔에 그 가치를 둔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꼭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