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봉사로 살아온 의사, 사망후 장기기증 '감동'

한 평생 환자를 위해 진료와 봉사로 살아온 의사가 생을 마감하면서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에게 장기를 기증해 잔잔한 감동이

되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대의대를 졸업하고 을지병원장을 역임했고,

지난 90년대 청와대 산부인과 주치의와 대한산부인과 학회장을 지낸

고 이진용 박사(74세)다.
 
고 이진용 박사는 지난 2일 운동 중 쓰러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 내원해 잠시 회복의 기미를 보였으나,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병원은 지난 19일 오전 8시16분 최종 뇌사판정을 내리고 고인의

뜻에 따라 곧바로 장기적출과 이식을 시행했다. 고인으로부터

기증받은 신장(2), 각막(2)을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4명의 환자에게

이식됐다.

고인의 차남이자 대를 이어 산부인과 의사로 봉직하고 있는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이근호 교수가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던 것이다.
 
국내의 경우 뇌사자 장기기증이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의사가 먼저 나서 장기기증을 실천한 것은 국내의료계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
 
고 이진용 박사는 국내최초 이비인후과 1호 의사 이자 부친인 이상빈씨의 뜻에 따라 의사가 되었고, 고인의 뒤를 이은 차남 이근호

교수까지 3대째 의료인의 길을 걷고 있다.
 
생전 고인은 국민훈장 동백장과 옥조근정훈장을 수여 받을 만큼 우리나라 의학발전에도 공을 세웠다.
 
고인을 잘 알고 있는 한 후배의사는 "장기기증자가 100만명당 5명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비춰 봤을 때 선배의사께서

장기이식에 발벗고 나서준 것은 국내의 모든 의료인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인의 차남인 이근호 교수는 "평소 아버님은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의사로 잘알려져 있는데, 이번의 장기이식을 계기로 대한민국

의료계 뿐만 아니라 온 사회에 생명나눔의 숭고한 정신을 널리 알리게 된 것같다"고 밝혔다.
 
한편, 고 이진용 박사의 빈소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영안실 1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1일 장지는

서울시립승화원-동화경모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