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학교때 한 교수님과의 인연으로 구독하고 있는 나무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나무를 찾아서] 이순신 장군 탄신일에 바라보는 이순신 나무
바닷가를 내다보며 너른 들판에 홀로 서있는 이순신 왕후박나무.
[2011. 4. 28]
오늘은 이순신 장군 탄생 466주년 되는 날입니다. 이 날에 맞춤한 나무를 소개하려고 지난 주에 이미 경상남도 남해군 창선도를
다녀왔습니다. 먼 길이지만, 자주 찾아보았던 나무여서 한 달음에 달려갔습니다. 나무는 '이순신 나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나무로,
바로 이순신 장군을 기억해야 하는 날인 오늘 아침 신문에 썼습니다. [신문 칼럼 보기]
나무 바로 곁에는 완두콩밭이 이어져 있었고, 줄지어 빼곡이 심어진 완두콩에서는 하얀 꽃이 피어 있었어요. 완두콩밭에 김을
매러 나온 마을 아주머니들과 밭 둔덕에 주저앉아 따뜻하게 불어오는 봄바람 맞으며 나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두 분의
아주머니가 있었는데, 한 분은 전에 찾아갔을 때도 뵈온 듯했어요. 하지만 아주머니가 아니라시더군요.
왕후박나무 그늘 아래서 내다본 단항마을 포구.
그래도 아주머니와 친해지자는 심사로 저는 어거지를 쓰며 내 기억이 맞다고 했지요. 몇 년 전에 분명히 뵈었는데, 아주머니가
어떻게 오래 전에 잠깐 본 사람을 다 기억하시겠느냐고 우겨댔어요. 그쯤 되면 그냥 넘어가실 만도 한데, 아주머니도 참 대단하시더
군요.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반드시 기억한다고 어찌나 완강하게 이야기하시던지, 결국은 제가 백기를 들고 말았습니다.
아주머니와 그렇게 조금씩 친해지던 즈음 마을 앞 바닷가에서는 통통배가 매우 분주하게 통통거리고 있었어요. 그 배들이 뭐
하는 거냐 물었더니, 아주머니는 '물반지락'을 잡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바지락 중에 문어 바지락을 가리키는 지방말이겠지요.
조개를 갯벌에서 캐지 않고 배로 잡는 건 처음 본다 했더니, 이 지방에서는 배에 설치한 기계로 개펄의 조개를 걷어 올리는 방식으로
조개를 잡는다더군요.
11개의 굵은 줄기로 솟아오른 왕후박나무의 우람찬 줄기.
그리고 얼마 뒤, 조개잡이 배들이 바닷가 포구에 멈추었는지 통통 소리가 잦아드는가 했어요. 그러자 아주머니는 포구로
나가셔야 한다더군요. 방금 캐어 올린 조개를 사러 가신다는 거죠. 싱싱한 바지락 내음이 멀리서도 느낄 듯해, 저같은 외지인도
살 수 있느냐고 물었지요. 살 수는 있지만, 20킬로그램 짜리 한 자루 씩 사야 하는데 그걸 다 어쩌겠느냐는 겁니다.
한 자루에 4만5천 원이라니, 값도 싼 편인데다, 방금 잡아올린 바지락이니 얼마나 싱싱하겠어요. 군침이 마구 돌았습니다만,
그걸 잘 포장해서 상하지 않게 갖고 돌아오는 게 문제였습니다. 양이 많은 거야, 뭐. 이웃과 나눠 먹어도 되고, 그래도 남으면 냉동
시켰다가 두고두고 먹으면 될 테니까 아무 걱정이 없을텐데, 참 아쉽더군요. 하릴없이 호미를 들고 일어선 아주머니의 느린 걸음을
따라서 포구로 나섰습니다. 임시 장터 구경이나 할 요량이었습니다.
키보다 넓게 펼친 가지는 마을 사람들 모두를 품어 안고도 남을 만큼 풍성한 그늘을 드리웁니다.
작은 마을이지만, 바지락을 사러 찾아온 사람이 예상 외로 많아서, 포구는 꽤 북적였습니다. 왁자한 포구 장터에는 바닷가의
민박집 아주머니도 나왔습니다. 아주머니는 나무 보러 찾아왔다는 나그네를 반갑게 맞이하셨어요. 포구에 붙어있는 하나 뿐인
민박집으로, 나무가 좋아 아예 '후박나무 민박'이라고 이름붙인 민박집 주인 아주머니죠.
민박집 아주머니는 나무를 참 좋아하시는 분인가봐요. 나중에 보니, 민박집 울타리도 예쁜 나무들을 줄지어 심고 키우시더군요.
그 중에 예쁘게 자란 수양벚나무가 활짝 꽃을 피웠더군요. 후박나무에 대한 애정과 자랑이 대단하셨어요. 뭐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
주신 것까지는 아니지만, 나무를 이야기할 때에는 말앞과 말끝에 반드시 감탄사를 포함하시는데, 한번도 그 감탄사를 빼먹지
않으시더군요.
마을에서 바닷가 포구로 이어지는 길가에 서서 옛 사람의 상징처럼 다정한 모습으로 서있는 왕후박나무.
오늘 신문 칼럼에는 그렇게 아주머니들과 만나서 이야기한 '이순신 나무', 천연기념물 제299호인 남해 창선도 왕후박나무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나무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는 신문 칼럼에 실었기에, 여기에 되풀이 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나무 편지]의 사진들은 신문에 실린 사진과 다른 방향에서 바라본 몇 장의 다른 사진들입니다. 신문에 실린 사진이어서
여기서는 생략했습니다만, 다른 방향에서 본 그 사진은 이미지가 참 다릅니다. 함께 보시면 좋지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고규홍(gohkh@solsup.com) 올림.
원본출처 : http://sols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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