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이야기

인텔이 인수 회사에 점령군을 안보내는 이유

s덴버 2010. 10. 5. 09:11

by 도안구 | 2010. 10. 01

 

최근 이어진 경제 위기 속에서도 대형 IT 업체들은 마음껏 지갑을 열고 있다. 기술력 있는 업체를 저렴하게 인수합병하기에는 이런 시기도 없다는 것이다. 큰 회사들도 경제 위기의 파고를 넘기가 쉽지는 않지만 작은 업체들은 그 충격이 더 심하다는 점에서 인수합병의 호기로 생각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인수합병 소식이 전해져 오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돈을 들인 만큼 인수한 회사를 내부에 통합하거나 원래 경쟁력이 있던 부분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지 여부다. 그런 점에서 최근 인텔의 행보는 많은 것들을 생각케 한다.

 

인텔은 최근 14억 달러를 들여 인피니온의 무선 솔루션 사업부를 인수했다. PC와 노트북 시장에서의 영광을 무선 통신 칩 분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8월 20일에는 보안 업체인 맥아피도 77억 달러에 집어삼켰다. 지난 2009년 6월에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인 윈드리버를 8억8천4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세 회사를 언급하는 이유가 있다. 인텔은 그동안 많은 업체들을 인수했지만 번번히 성과를 보지 못했다. 무선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인수한 후 시너지 창출에 실패했었다. 천하의 인텔이 왜 그런 시너지 창출에 실패했을까?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인텔도 인수합병한 회사의 임원들을 내보내고 자사 인력들로 채웠죠. 점령군처럼 보낸 것이죠. 그러다보니 핵심 인력들이 죄다 떠나버렸습니다”라고 밝혔다. 인수합병에는 성공했지만 시너지 창출엔 실패한 인텔은 자사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문제가 무엇인 지 살피기 위해 별도의 컨설팅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부터 인텔의 전략이 바뀌었다는 것. 대표적인 업체들이 윈드리버와 맥아피다. 윈드리버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로 인텔은 이 업체를 인수했지만 내부 조직으로 통합하지 않고 별도 회사로 계속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여전히 조직을 통합하지 않고 별도 사무실에서 개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파트너들이나 고객들도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윈드리버와 계속해서 일을 하고 있다.

 

맥아피 인수 건은 더 재밌다. 이 관계자는 “맥아피의 인수 조건은 현재 CEO가 3년간 회사를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라고 전했다. 칩 업체와 보안 업체간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별도로 조직을 운영할 필요가 있는데 이미 관련 업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CEO가 회사를 떠날 경우 덩달아 내부 인력들이 떠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런 전략은 이번 인피니온 무선 솔루션 사업부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인피니온 무선 솔루션 사업부 인수와 관련한 보도자료에서 “인텔은 WLS의 지속적인 성장과 기존 고객 영업, 프로젝트와 지원의 연속성을 위한 독립 사업으로서의 존속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위적으로 인텔의 내부 조직으로 흡수했다가 관련 인력들이 대거 브로드컴이나 퀄컴, 칩 업체 인력을 흡수하려는 휴대폰 제조사들로 이동하는 걸 최소화 시키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해외 업체를 인수합병한 후 조직 통합과 관련한 고민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전략가들은 당분간 인텔의 인수합병 후 관련 회사 조직 운영 방안을 면밀히 연구해 보는 것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점령군의 모습을 버리고 해당 조직을 독립적으로 운영했을 때 효과가 난다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을 인텔조차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어냈으니 말이다.

 

원문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397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