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사] 현영, 의사에게 세뇌당했다?
' 주치의 ' 란 단어는 의사들 사이에서는 주로 입원환자를 담당하는 레지던트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외국 혹은
상류층에서 말하는, 나이 지긋하고 가족의 건강상태에 대해서는 다 꿰고 있는 실력 있는 ' 의학박사님' 이라는 의미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이 인터뷰에서 만난 유명인사마저도 ' 믿고 찾는 주치의가 있느냐' 는 질문에는 ' 내가 무슨 주치의냐 ' 고 손사래를
치곤 한다. 그런데 방송인 현영은 다르다. ' 아직은 의사에게 신세질 일은 별로 없다 ' 면서도 주치의를 묻는 질문에는 냉큼
대답한다.
' 그럼요, 오연상 선생님이라고 저희 식구들이 다 가요. 중앙대병원에 계실 때부터 쭉 갔는데 방송활동하면서 만나게 됐죠.
또 좋은 일도 많이 하셔서 봉사활동도 같이 하고 있어요. 당뇨 캠페인 도와달라고 하셔서 같이 뮤직 비디오에 출연하기도 했고
노래하실 때 코러스도 넣고 그랬죠, 아마 선생님하고는 평생 같이 가는 관계가 될 것 같아요. '
아픈 데는 없지만 믿을 수 있는 주치의는 있으니 더 없이 좋은 상황인데, 그가 이렇게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가
얼마 전 또 하나 생겼다.
지난 9월 사후장기기증 서약을 맺은 것을 계기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에서 임명하는 ' 생명나눔 친선대사' 로 위촉
됐기 때문이다.
연예계 대표라는 빼어난 몸매 말고도 현영이 자랑으로 내세우는 것이 좌우 1.5라는 시력. 장기기증 서약을 한 후부터는 조금이라도
눈이 피곤하다 싶으면 비타민 A 영양제를 챙겨 먹는다.
' (기증한 이후로) 제 몸을 좀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일어날 일이긴 하지만 제 자신이 누군가에게
선물이 되는 거잖아요. 제 눈을 받은 사람이 세상을 더 밝게 봤으면 좋겠어요. 제 위를 기증받았는데 소화력이 별로라는 생각이
들면 안 되잖아요, 하하. '
라디오 생방송에서 장기기증캠페인을 소개하면서 즉석에 기증을 결정한 것처럼 알려졌지만 그 전부터 장기기증에 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다. 꾸준히 헌혈을 해온 현영은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애청자들과 함께 헌혈증을
모았다. 그렇게 모인 헌혈증이 모두 2, 000장. 2월에는 고대안암병원, 6월에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암병동에 그 헌혈증을 모두
내놓았다.
' 고대병원에 갔을 때 원장님께서 피도 소중한 장기의 일부라며 돈으로 선물을 사주고, 삶의 터전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명의 터전을 주는 것이 가장 소중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거기에 정말 감동 받았거든요. 지금이라도 장기기증 서약까지
하게 된 건 그 때문이에요. '
장기기증을 한 덕분에, 원래 보양식을 즐기던 그는 요즘 보양에 더해 조미료 안 쓰고 건강에 좋은 음식들을 찾게 된다며 웃는다.
' 내가 무슨 일을 당해도 다른 사람이 나를 도와줄 거라고 믿고 장기기증에 선뜻 동참할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만 명이 서약을 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열심히 홍보해서 그런 사회가 되도록 노력할 게요. 그리고 장기 기증에 빠질 수 없는 분들이 의사선생님들
이시잖아요. 환자들이 나을 수 있는 희망을 갖게끔 하는 멘토가 되어주셨으면 해요. 의사와 환자는 평생 함께 해야 하는 사람들
이잖아요. '
글 김민아 기자 licomina@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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