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중의 생로병사] 결혼 20주년 맞아 남편은 간, 아내는 신장을 기증한 夫婦
조성현(52)·전형자(50)씨 부부는 두 사람 다 장기(臟器)를 기증한 장기기증커플 이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신장과 간, 두 개씩을 각자 남을 위해 내놨다. 가족이나 친지에게 장기 기증을 한 것이 아니라
아무런 대가 없이 누구를 지정하지 않은 순수기증 이었다.
지난 1991년 남편 조씨는 위암 진단을 받았고, 위장의 75%를 잘라내는 큰 수술을 했다. 당시 외삼촌이 죽음을 맞이하면서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는 말을 듣고 자신도 언젠가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마침내 위암 완치 판정을 받은 그는
자신과 약속한 대로 지난 2001년 신장을 기증했다. 내심으로는 자신이 누구보다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신장 기증 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남에게 베풀 수 있다는 게 되레 고맙고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밀려들었다고 한다.
내친김에 그는 간의 절반을 기부키로 했다. 간은 재생력이 뛰어나서 절반 정도를 떼도 6개월 정도 지나면 원래 크기 가깝게
돌아온다. 아내 전씨는 남편이 신장도 자기 마음대로 기증하더니 간까지 기증하겠다는 말에 펑펑 울었다고 한다. 며칠 뒤 이번에는
부인이 남편에게 깜짝 선언을 했다. "그렇게 좋은 거라면 나도 신장을 기증하겠다"고. 그렇게 해서 부부는 지난 2006년
결혼 20주년을 맞아 남편은 간, 아내는 신장을 기증했다. 그리고 부인 전씨는 지난해 남편과 똑같이 간의 절반을 남에게
줬다. 남편 조씨는 강원도 정선군청에 근무하는 공무원이고, 아내 전씨는 장성한 두 아들을 키워낸 전업주부다.
부부는 장기기증을 하고 나서 자신의 몸에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됐다고 한다. 조씨는 자신이 허약하면 장기를 기증해서 그렇다는
말이 나올까 봐 건강관리에 더욱 신경 썼고, 그러다 보니 더 튼튼해졌다고 한다.
손홍식(63)씨는 헌혈한 횟수가 가장 많은 한국인이다. 지금까지 637회를 했다. 지금도 2주마다 반드시 헌혈의 집을 찾는다.
그는 어렸을 때 주삿바늘을 무척이나 무서워하는 평범한 아이였다고 한다. 그러다 30대 어른이 되어 헌혈차를 보는 순간 왠지
마음에 이끌렸다고 한다. 바늘에 대한 공포감 탓에 헌혈차 주변을 몇 번 맴돈 끝에 마침내 피 뽑는 주사를 몸에 꽂았다. 그렇게
시작된 헌혈이 일 년에 93회까지 간 적도 있다. 헌혈은 건강한 사람의 특권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동안 그에게서 나온
'피 같은 피' 30여만㏄가 수많은 환자에게 보혈됐다.
손씨는 신장도 순수 기증했다. 자신과 상관없는 환자에게 무(無)연고로 기증했다. 그의 나이 44세 때였다.
피를 나눠 줄 수 있다면 신장도 못 줄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기증 행차는 간(肝)으로도 이어져 지난 2002년 간의 절반이
이식을 기다리는 간경화 환자에게 들어갔다. 그는 간 절제술을 받으면 최소 6개월은 헌혈하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서 수술하러
가면서까지 헌혈한 인물이다. 현재 그의 몸은 누구보다 건강하다. 최근까지 그는 매일 새벽 신문 배달을 했다. 요즘에는 하루
다섯 시간씩 주택 건설 보조 노년 일자리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주말에는 시골에 가서 농사도 짓는다. 그 역시 자신이 허약하면
혈액과 장기를 기증한 탓이라고 할까 봐 건강관리를 더욱 철저히 한다. '헌혈 정년'은 70세다. 앞으로 남은 7년 동안 손씨의
'피 두레'는 계속될 예정이다.
장기기증은 확실히 전염력이 있다. 신장·간에 이어 골수까지 장기기증 3관왕(冠王)에 오른 목사가 있다. 잊을 만하면 병원
장기이식센터에 나타나서 신장과 간을 순서대로 기증하고 소리 없이 사라지는 스님도 있다. 이런 순수 장기 기증자는 전국에
40여명으로 추산된다. 지난 2000년 한 해 동안 사후(死後) 또는 뇌사 때 장기 기증을 하겠다고 등록한 사람은 1100여명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 2~3년 매년 약 10만명이 장기기증을 서약한다. 10년 새 100배로 늘었다. 기증 서약자의 70%는
20~40대의 젊은 사람이다.
만성간염 바이러스 감염으로 간경화나 간암이 생겨서 사경(死境)을 헤매다가 간 이식을 받고 극적으로 회복한 사람은 7500여명
이다. 그들의 모임인 한국간이식인협회는 순수 기증자들을 찾아 감사패를 전하고 고마움을 표시한다. 협회는 지난해 이식환자들로 구성된 합창단을 만들어 장기이식센터 의료진과 순수 기증자가 모인 자리에서 공연을 가졌다. 합창단은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로 시작하는 가수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란 노래로 그들을 울렸고,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율동으로 그들을 웃겼다. 의료진과 기증자에게 최고의 선물이었으리라. 순수 기증자들이 곳곳에 뿌린 씨앗과 밀알은 대한민국에 큰 희망을 낳았고, 행복을
전파시킨 마음 바이러스 역할을 했다.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사 docto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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