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세상을 구한 은미야 고맙다!

s덴버 2015. 10. 1. 11:37

세상을 구한 은미야 고맙다!

 

 

경상북도 문경의 한 마을에서 생명나눔의 주인공 75세 박정환 할아버지를 만났다. 알토랑같이 열매맺은 포도와 토마토를 따며,

손님을 맞이하는 그 손길과 눈빛에는 왠지 모를 슬픔과 그리움이 느껴졌다. 잊고 싶었던 그 참사의 현장과 생명나눔의 순간들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효자, 효부였던 둘째 아들 원상이


2남 2녀의 둘째로 태어난 원상 씨는 단 한번도 부모의 속을 썩인 적이 없을 만큼 독립적이고 책 임감이 강한 아들이었다.

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일은 꼭 해냈던 아들 원상 씨는 투철한 책임감과 성실함 덕분에 주변 사람들에게 늘 인정받고 인기가 많았다.
둘째아들 박원상 씨는 정 말 남부럽지 않은 효자였다. 늘 부모에게 무엇이든지 다 해 주고 싶어 했던 아들은 자신 과 꼭 닮은 아내를

맞이했다.
 " 결혼하고 싶은 아가씨를 데려왔는데, 한눈에 마음에 들더라고요. 아들과 성품이 똑같은 며느리감을 보니 안심이 되었죠.

   결혼 후에도 부부가 저희 집에 잘했어요."
부모를 섬기는데 헌신적이었던 둘째아이 부부는 떡 두꺼비같은 아들 딸을 낳고 행복한 가정을 이뤘다. 2남 2녀의 자식들이 다

출가하여 각자의 가정들을 꾸리고, 자식 걱정 없이 손자 손녀들의 재롱을 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박 씨에게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하루가 찾아오고 있었다.
옷감 재료인 고무밴드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사업을 준비하던 원상 씨는 성실한 면모 덕분에 당시 회사대표로부터 인정을 받은 터라

회사 건물 4층에 자택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근면 성실한 원상 씨의 성품을 닮았는지, 자랄수록 아빠를 닮은 아들, 딸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모습이 예뻐 보였다.

 

 

 

"그 날은…지금도 기억하고 싶지 않아요. 일가족 모두가 하늘나라로 간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평범한 하루였던 2005년 12월 초, 그날도 며느리와 두 손자, 손녀는 집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1층의 창고에서 안전기가

고장나 화재가 일어났고, 유독가스는 층을 타고 점점 올라왔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세 명의 가족이 꼼짝없이 집안에 갇혀버렸고,

이내 질식 상태가 되어 의식을 잃었다.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걸려온 아들 원상씨는 가족을 구해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사람들이 말리는 가운데도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고, 결국 아들 원상 씨와 가족들은 문밖으로 돌아 나오지 못했다. 그렇게 둘째 아들의

일가족 모두가 화재현장에서 유독가스에 질식됐고, 급히 응급실로 이송됐다.

 " 문경에서 소식을 듣고 찾아간 한 대형병원의 응급실에는 온기도, 생명력도 없이 누워 있는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가 있었습니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그 모습에 마음이 아픕니다."


 

작은 불씨로 세상을 구한 초등학생 은미의 사랑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고 문경에서 서둘러 서울을 한걸음에 달려온 박정환 할아버지의 눈 앞에 보이는 가족들의 모습은 그 자체가

악몽이었다. 믿고 싶지도, 믿을 수도 없는 광경에 힘이 풀려버린 박 씨에게 동생이 조심스럽게 장기기증 이야기를 건넸다. 유일하게

초등학생 손녀 은미만이 현재 뇌사 상태로 추정이 되는데, 네 가족의 삶이 헛되지 않도록 장기기증으로 삶을 이어주자는 이야기였다.

사실 유교사상이 강하게 뿌리 내려져서 화장조차 언급할 수 없는 문경의 장례 문화 속에서 살아왔던 박정환 할아버지에게 장기기증

이라는 결정은 더 어려웠지만, 허망하게 떠나가는 원상 씨의 가족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래서 가족들과 상의 끝에 생명나눔을 결정

했고 2006년 새해가 밝자마자 은미 양의 장기기증이 이뤄졌다. 신장, 간장, 췌장, 심장, 각막 등의 장기를 기증해 6명의 생명을 살린

은미 양의 사랑은 온 세상에 전해져 누군가의 삶의 작은 불씨가 되었다.

 

 

하루아침에 자식 네 명을 한꺼번에 잃게 된 부모의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가슴이 아리는 것임을 이야기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박정환 할아버지. 매일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 같은 아픔과 슬픔을 겪었다는 박정환 할아버지는 은미 양의 가족 모두가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 은미의 장기를 이식받은 분들이 이 하늘 어딘가에 살아가고 있겠죠. 은미의 분신이나 다름 없자나요. 그렇게 살아서 숨 쉬고

   움직이고 있을 이식인들의 삶을 생각하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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