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생일이 생겼습니다! - 장기이식인 모임
입추가 지나 가을의 기운이 성큼 찾아온 지난 8월 중순, 본부 사무실에 특별한 주인공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삶의 어두운 터널속에서
장기이식만을 애타게 기다리다 장기기증이라는 빛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장기 이식인 4명이었다. 서로 다른 장기를 이식받은 그들은
장기이식을 기다리며 겪었던 아픔, 희망, 사랑의 이야기로 금방 하나가 되었다.
Q. 투병생활을 하게 되었을 때를 이야기해주세요.
김윤수: 제가 30대 중반이었어요. 회사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열심히 일하고 있었던 당시, 병으로 인해 그 모든 것을 내려 놓아야했어요. 1988년, 정기 종합검진을 통해 간 기능이 나쁘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점점 건강이 악화됐고, 간경화까지 진행됐어요.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며 10여 년 간을 투병생활을 하게 되었고, 급기야 간 이식을 받지 않으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었죠.
송범식: 어느 날, 다리가 퉁퉁 붓는 등 이상증세가 나타났지만, 피곤으로 인한 증상이라고 생각했어요. 이후, 당뇨 합병증으로 췌장과 신장 모두 기능이 상실돼 건강이 악화됐고,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2000년 1월 1일, 모든 사람들이 들떠 있었을 그날 저는 처음으로 투석을 시작했죠.
임종욱: 20대 초반 대학을 졸업하고, 갑자기 입이 돌아가는 등의 몸에 이상 현상이 나타났어요. 당시 동네 병원에서 제 병명을 발견해내지 못해 1년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죠. 그 사이에 신장기능이 급격히 악화되었고, 결국 1988년에 혈액투석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서지원: 학교에서 시력검사를 했는데 눈이 좀 이상하다고 병원에 가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6남매 중 장녀였던 저는 부모님의 마음에 짐이 되는 것 같아 병원에 가는 걸 미루고 있었죠. 제 병명을 모른 채 그렇게 2년을 버틴 거 같아요. 그러다 한쪽 눈이 이상하다는 걸 엄마가 알아 채셨고, 그 때 병원을 찾아 원추각막을 진단받았어요. 그 당시에는 한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았어요.
Q. 투병생활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임종욱: 사실 투병생활 당시에는 30세까지만 살자하는 마음이었어요. 어린 나이에 병을 앓게 되었기에 어느 누구에게도 제 병명을 밝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어요. 투석 때문에 생기는 주사 바늘 흔적조차 남들 눈에 들키고 싶지 않아서 항상 긴팔을 입고 다니기 일쑤였죠. 그리고 경제적인 어려움도 상당했어요. 1990년대 초에는 투석치료를 받으려면 한 달에 80만원이라는 큰 비용이 들었어요. 어머니가 힘겹게 벌어 오신 월급의 대다수를 제 치료비로 지출을 했을 정도였으니, 가정형편은 계속 어려웠었고 어머니께 늘 죄송스런 마음뿐이었어요.
김윤수: 식도출혈이 일어나서 식도경화술을 12번이나 받았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죠. 그리고 항상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어요. 병실에서 뭣 모르고 놀던 다섯 살 배기 딸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나요.
서지원: 어린 마음에 친구들에게 제 병을 숨기고 싶었어요. 그리고 마음속으로 '왜 하필 나인건가요'라고 수 백 번 원망하며 물었던 것 같아요.
Q. 기증을 받았을 당시 이야기를 해주세요.
송범식: 저는 2000년 7월 19일에 기적적으로 한 뇌사자로부터 신장과 췌장을 동시에 이식받았어요. 20대 초반의 남자 복싱 선수였는데, 가난한 형편에 신문배달을 하던 중에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해요. 그분과 그분의 가족들의 사랑으로 저는 기적적으로 신장과 췌장을 동시 이식 받을 수 있었어요.
김윤수: 1999년 12월 10일 한 뇌사자로부터 간 이식을 받았어요. 당시 의료기술은 지금과 달랐기에 수술 성공률은 25%였어요. 기증인이 나타났다는 소식에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떨렸어요. 23시간의 수술을 끝에 저는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어요. 당시 기증인의 간은 저와 함께 18개월 된 아기에게 이식이 되었어요. 그 아기는 지금 고등학생이 되어 아주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고요.
임종욱: 1993년 5월 12일, 생존시 기증인으로부터 신장이식을 받았어요.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아 제게 신장이식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어머니는 본부를 통해 교환신장이식 등록했어요. 이후 어머니의 건강 이상으로 기증을 할 수 없게 됐고, 이 사연을 알게 된 한 교회의 사모님께서 저를 위해 자신의 신장을 기증해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수술할 당시 3쌍의 릴레이 이식이 이루어졌고, 저를 포함한 3명의 환우들이 새 생명을 선물 받았습니다.
서지원: 2010년 2월 8일, 새 빛을 선물 받게 됐어요. 그 때는 한쪽 눈으로라도 볼 수 있는 것에 감사하자는 마음을 먹고, 무엇이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던 때였는데, 기적적으로 기증인이 나타났고 이식을 받게 되었어요. 얼굴도 이름도 몰랐던 동갑내기 남학생이 세상을 떠나면서 각막을 기증해주었어요. 건강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고, 아직도 이식수술을 받았던 2월 8일을 두 번째 생일로 꼭 지키고 있답니다.
Q. 기증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주세요.
송범식: 제가 유독 마른 체형이라 그런지 샤워할 때마다 받은 신장이 육안으로 복근처럼 살짝 튀어나와 보입니다. 그때마다 제 신장을 어루만지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이제 나 혼자의 삶이 아닌 기증인의 삶이 더해져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김윤수: 기증인의 사랑으로 덤으로 사는 인생입니다. 저는 3번을 감사합니다. 제게 생명을 주고 가신 기증인분께, 당시 열악한 환경에서도 저를 수술해주시고 치료해주신 의료진 분께, 저를 곁에서 지켜준 가족들에게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임종욱: 저를 위해 신장기증을 해주신 기증인분께 감사하며 저보다 더 어려운 환우들을 도우려고 합니다. 기증인과 함께 저의 삶을 이끌어 주시고 격려해주신 분이 생각나요. 같은 병으로 투병했던 한 전도사님께서 자신도 힘든 상황에서 저를 위로해 주시며 낙심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해주셨어요. 결국 건강이 나빠져 먼저 세상을 떠나셨지만, 저를 위로해주셨던 그 분의 사랑이 이 땅의 모든 환우들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서지원: 각막을 이식받은 후에 제게 각막을 기증해 준 동영이의 아버지와 연락을 하고 지내요. 제가 '아빠'라고 불러요. 동영이가 보지 못했던 세상을 보고, 저보다 어려운 환자들을 도우며 살고 싶어요. 그리고 동영이 아버님처럼 장기기증을 결심해 주신 모든 기증인의 가족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위대한 일을 하신 여러분의 사랑으로 저는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고맙습니다.
Q.최근에는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임종욱: 장인어른이 하시던 일을 물려받아 바쁘게 20년을 달려왔습니다. 이식을 받은 후로 특별히 아픈 곳 없이 지내는 건강의 축복을 받았고, 결혼도 해서 세 아이를 두는 기쁨도 누렸습니다. 저처럼 아픔 속에서 살아가는 어려운 환우들을 돕는데 관심을 갖고, 제가 나눌 수 있는 곳에서 힘이 되어 제가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려고 합니다.
송범식: 신장, 췌장 동시 이식인 모임의 회장을 맡아 환우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한 가닥의 빛도 보이지 않던 깜깜한 인생이었지만, 이렇게 기적적으로 이식을 받게 된 제 사연을 전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파주에 있는 고아원에 가서 아이들을 위해 봉사활동도 하고 있어요. 할 수 있다면 더 돕고 싶고, 저보다 더 어려운 분들을 위해 살아가고 싶어요.
김윤수: 저는 투병생활 당시 제 병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몰라 막막하고 두려웠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간 이식만을 기다리는 환우들을 위해 한국 간이식인 협회를 설립하고, 홈페이지를 만들고 상임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기적인 산행을 통해 장기기증을 홍보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기증인에게 보답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서지원: 저보다 더 어려운 형편에 있는, 더 아픈 상황에 있는 이웃들을 돕는 삶을 살고 싶어서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졸업을 1년 앞두고 있어요. 장기기증이 얼마나 위대하고 소중한 일인지를 알기에 본부에서 하는 행사나 인터뷰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제가 받은 이 사랑을 나누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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