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외국인 최초로 5명의 한국인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떠난 미국인 린다 프릴(작은 사진)의 남편 렉스 프릴이 3일 의정부
국제 크리스천 외국인학교에서 아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이날 목에 걸고 다니던 결혼반지를 가족사진에 걸어두고
인터뷰했다. 가족사진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막내아들 마이클(18), 셋째 딸 케리(22), 둘째 딸 세라(25), 첫째 딸 헤더(28),
렉스, 린다. [조문규 기자]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미국인 렉스 프릴(Rex Freel·53)과 아들 마이클(Michael·18)은
올해 어머니날(Mother’s Day·5월 8일)을 둘이서만 보냈다.
아내이자 어머니인 고(故) 린다 프릴(Linda Freel·사망 당시 53세·사진)은 한국인 5명
에게 새 생명을 주고 지난 1월 22일 세상을 떠났다. 뇌사 상태에서 신장과 간, 각막,
피부 조직까지 기증했다. 아내의 생전 뜻을 기억하고 존중한 남편 렉스의 결단이 있었
기에 가능했다.
의정부의 국제학교에서 만난 렉스는 “한국을 사랑했던 린다가 한국인에게 도움을
주고 떠나 기쁘다”고 했다. 부부는 14년 전 네 자녀를 데리고 한국에 와서 교육·선교
사업에 힘썼다. 2년을 계획하고 왔지만 한국 학생과 이웃들을 사랑하게 됐다. 2년,
또 2년을 계속 연장하다가 결국 린다는 한국에서 생을 마쳤다. 렉스는 이 학교 교장
이고 린다는 수학 교사였다.
평소 건강했던 린다는 지난 1월 20일 수업 중 교실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뇌출혈이었다. 병원에서는 뇌사 진단을 내렸고 수술을
해도 소생 확률이 없다고 했다. 다음날 렉스는 담당 간호사에게 물었다. “아내의 장기를 기증할 수 있나요?” 의료진은 깜짝 놀랐다.
환자 보호자가 먼저 기증 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장기는 즉시 적출됐고 린다는 이튿날 새벽 영면했다. 만성신장
질환자 2명, 간질환자 1명, 각막 이상자 2명이 즉시 린다의 장기를 이식받았다.
“아내의 각막을 받은 분은 더 잘 보이게 됐을까요?” 장기 기증자와 수혜자는 서로의 신분을 알지 못하게 되어 있다. 렉스는 각막을
이식받은 이가 특히 궁금하다고 했다. 사이 좋은 부부이자 같은 일터의 오랜 동료였던 두 사람은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알았다.
렉스는 “린다는 따뜻한 시선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아내의 눈빛을 가진 사람이 한국 땅 어딘가에 있겠죠.”
린다는 세 딸과 아들에게는 친구 같은 어머니였다. 미국에 있는 세 딸과는 하루 두 번씩 전화했었다. 막내아들 마이클은 세 살 때
부모와 함께 한국에 온 이후로 한국에만 살아서 미국에 대한 기억이 없다. 7월에 어머니의 유해를 안장하러 미국에 갈 계획이다.
렉스는 아들의 축구 경기를 볼 때 아내가 특히 그립다고 했다. “여보, 마이클이 오늘 골키퍼를 너무 잘했어”라고 말해주고 싶어서다.
렉스는 지난 3월 24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는 ‘나눔인상’을 받았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린다 선생님께 감사 댓글 달기’
캠페인을 지난 4일부터 홈페이지(www.donor.or.kr)에서 진행하고 있다. 렉스는 아내를 기억하는 한국이 고맙다고 했다. “한 사람이
건강해지면 온 가족이 행복해지죠. 더 많은 한국인이 사랑을 나누기를 바랍니다.”
원본출처 : http://www.donor.or.kr/sub/public_relationship/speech/101711?mode=view&BBS_NO=10654
글=심서현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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