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뇌사장기기증인 故양희찬 상병 어머니
1992년 23살의 한 젊은 장병이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한창인 나이에 의식을 잃고 병상에 눕게 된 사람은 양희찬 상병.
국내에서는 뇌사시 장기기증이란 말조차 생소했던 때에 숭고한 결단을 내리고 양 상병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한 가족들. 그들의
아름다운 결단으로 인해 꺼져가던 5명의 생명이 다시 타오를 수 있게 되었다. 7남매의 막내로 홀어머니에게는 희망이자 삶의
이유였던 양 상병을 보내고 17년이 흐른 지금 그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쉽지 않은 결단으로 고귀한 사랑을 실천한
양 상병의 가족을 찾아 충남 논산으로 향했다.
“희찬이를 생각하면 감사한 일이 더 많아요”
딸기 농사가 막바지에 이르러 한창 바쁜 딸기 농가. 수많은 하우스 사이로 故양희찬 상병의 어머니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시네요” 충청도 특유의 말투로 인사를 건넨 양 상병 어머니를 따라 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탐스럽게 익은 딸기를 정성스레 포장하고 있는 양 상병의 어머니는 74살의 나이에도 딸의 농사를 거들어 줄 정도로 정정해보였다.
“요즘은 농사짓는 자녀의 집을 오가며 일을 거들어 주고 있습니다” 7남매를 혼자 키우며 막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남은 자녀들과
함께 지낸다는 양 상병의 어머니 홍순자씨.
“희찬이의 장기를 기증받은 사람들이 희찬이 몫 까지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면 참 감사한 일이지요” 소식은 알 수 없지만 아들의
장기가 누군가에 몸 안에서 여전히 건강하게 뛰고 있기를 바란다는 홍씨. 그리고는 오래 전 양 상병의 장기를 기증받은 한 중년의
남자를 만난 이야기를 해왔다. 양 상병이 장기
기증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산에서 지내던 홍씨에게 한 남자가 찾아왔다. “신문에 난 기사 하나를 들고 찾아왔더라고. 고마운 마음에 신문 하나로 여기저기를 수소문해서 나를 찾아온 거야” 처음에는 만나지 않으려고 했지만, 회복도 채 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온 정성에 감동해 남자를 만났다. 그리고는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살아달라고 남자에게 간곡하게 부탁했다고 한다.
그 후로도 3~4번 정도 남자는 홍씨를 찾아왔고, 환갑 때에는 손님들 앞에서 양 상병이 주고 간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 그때는 참 기쁘고 고맙더라고요. 저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아서 희찬이를 몸으로 기억해주고 있구나 싶어서”
“장기기증은 아들의 바람이었어요”
1992년 양 상병이 쓰러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절망하고 있을 때, 셋째 딸이 홍씨에게 와서 장기기증이야기를 꺼냈다. 생때같은
자식의 장기를 떼어낸다니 안 될 일이라며 처음에는 펄쩍 뛰었다. 하지만 “어머니, 난 죽으면서도 예수님 사랑을 전할거야” 라고
한 군종병이었던 양 상병의 말이 떠올랐다.
평소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신학대학을 다니며 목회자를 꿈꾸었던 양 상병은 평소에 죽어서도 전도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아들이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데 그 말이 떠오르는 거야” 결국, 장기기증은 아들이 가장 바라는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고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생명나눔을 통해 사랑을 전하는 것, 그것이 아들이 매일 입버릇처럼 말했던 죽어서도 예수님의 사랑을
전한다는 것을 이루어주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희찬이도 기뻐했을 겁니다. 아마 지금도 하늘나라에서 아픈 이들에게 사랑을 전하기 위해 기도하고 있을 겁니다”
“희찬이가 기억되고 있다니 고맙습니다”
매년 6월 6일 현충일이면 어머니는 양 상병이 좋아했던 음식을 몇 가지 싸들고 대전에 있는 국군묘지를 찾는다. 가족 모두를 데리고 양 상병의 묘지를 찾아 기도를 하고 돌아오는 것이다.
“아직도 잠을
잘 때 희찬이가 생각납니다. 잊으려고 노력하지만 부모가 어떻게 자식을 잊을 수 있겠어요”
하지만 양 상병은 이제 더 이상 어머니에게 아픔인 아들이 아니다. 자랑스럽고 기쁨이 되는 아들이다. “어린 손자 손녀들도 삼촌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삼촌이 장기기증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자랑스러워하죠” 비록 양 상병의 얼굴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아이들 역시 삼촌이 남기고 간 크고 놀라운 사랑은 또렷이 기억한다고 했다.
“희찬이의 장기기증 소식이 알려지면서 장기기증에 동참한 분들이 있다면 고마운 일이죠. 요즘 국방부와 장기기증캠페인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많은 군인들이 동참하면 좋겠네요”
양 상병이 남기고 떠난 고귀한 사랑과 그 사랑이 실천될 수 있도록 숭고한 결단을 내려준 양 상병의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하며 이들의 아름다운 나눔이 영원히 기억되기를 바란다
'장기기증'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 장기기증하신 故린다 선생님께 댓글달기 캠페인 후기입니다 (0) | 2011.07.04 |
---|---|
“943명의 생명을 살려주세요!” - 첫 수술일정이 잡혔습니다. (0) | 2011.07.01 |
장기기증 만화 입니다. - 신 심청전~~ (0) | 2011.07.01 |
가격표가 붙은 어린 생명 - 영화 '어둠의 아이들' (0) | 2011.06.30 |
"생명을 나눴을 때, 진정한 행복이 찾아왔습니다." - 두번째 이야기~ (0) | 2011.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