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기증자 딸이 기증받은 환자들에 보내는 '엄마를 부탁해' 엽서
'엄마는 다리가 불편해서 많은 곳을 다니지
못했습니다. 각막을 기증받으신 분은 좋은 곳,
예쁜 것을 많이 봐 달라고 부탁드릴게요'.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성모병원에
6장의 엽서가 도착했다. 뇌출혈로 쓰러져 입원
했다 지난달 28일 뇌사판정을 받고 심장, 폐,
간, 신장, 각막을 기증한 김영옥(52)씨의 딸
김경숙(26)씨가 어머니의 장기를 이식받은
6명에게 전해달라며 부친 엽서였다.
경숙씨는 평생 소아마비를 안고 힘들게 살았던
어머니를 그리면서 이렇게 당부했다.
"한 가지 부탁을 드리자면 심장이 뛰는 일을
많이 해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사랑도,
일도, 좋은 일도 하시면서 벅차도록 심장이
쿵쾅거리게 살아주세요."
경숙씨는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어머니와 따로 살았다. 어릴 때부터 외할머니 손에서 컸다. 어머니는 핫도그 노점상이었다.
소아마비로 불편한 오른쪽 다리를 끌면서 밤늦도록 장사를 했다. 어머니는 늘 집에 없었다. 지난 2003년 대학에 입학, 서울로
올라오면서 강원도의 어머니와 거리가 더 멀어졌다.
그는 "엄마와 사이가 그렇게 좋지 못했다"면서 "유품을 정리해보니 함께 찍은 사진이 10년 전 가족사진 한 장뿐이더라"고 했다.
경기도 오산에서 직장을 다니던 경숙씨는 지난달 초 불현듯 '어머니와 함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전화할 때마다 '언제 오니'라고 말하는 엄마가 갑자기 너무 그립고 보고 싶었다"고 했다.
직장도, 살던 집도 정리하려던 참이었는데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경숙씨는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한 뒤 '내가 엄마를 포기한 게 아닐까'라는 죄책감이 들어 힘들기도 했지만
(장기 기증을 받은 분들을 통해) 엄마가 어딘가에 살아 있는 거라고 생각하니 위로가 됐다"고 했다.
그는 "엄마가 그분들에게 생명을 준 것이기도 하고, 그분들을 통해 엄마가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고 할 수도 있어요"라며 "그분들께 엄마를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저 바보 같죠"라면서 눈물을 닦았다.
조선일보 이미지 기자 image0717@chosun.com
김경숙님이 바라시는데로 어머니의 장기를 받으신분들이 어머니를 기억하고 새로운 생명으로 살아가시기를 기원합니다.
▶◀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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