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말씀 실천한 것 뿐인데 기쁨 선물로 받아"… 이식으로 사랑 실천한 노명환·김혜은 씨

s덴버 2011. 10. 17. 14:01

"말씀 실천한 것 뿐인데 기쁨 선물로 받아"… 이식으로 사랑 실천한 노명환·김혜은 씨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본부장 박진탁 목사·장기본부)는 6일 서울 동숭동 동숭교회에서 ' 본부 설립 20주년 감사예배 ' 를

드렸다.

 

장기본부는 1991년 국내 최초로 장기기증운동을 전개해 60만여 명의 장기기증등록자를 모집했고 908건의 신장이식결연사업

진행했으며 3000명에게 새 생명을 찾아주었다. 생소하기만 했던 장기기증은 20년이 지난 지금 소중한 나눔이라는 긍정의 아이콘이 됐다. 이날 기념식에서 기증인으로 참여한 노명환(75·경기도실버기자단 시민기자)씨와 김혜은(52·여·천연비누강사)씨를 만나

' 장기기증의 기쁨 '  에 대해 들어봤다. 노명환씨는 국내 최초의 부자 장기 기증인이다. 그는 아들인 노성철(45·회사원)씨와 함께

95년 신장을 기증했다. 아들은 6월에, 아버지는 8월에 기증 수술을 받았다. 평소 장기기증에 관심이 있었던 노명철씨는 주변에

뇌사 시 장기기증을 권해왔고 일간지에 장기기증의 중요성을 알리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전의 장기기증이 가능하다는

걸 안 것은 아들이 기증허락을 받으러 오고 나서였다.

 

"아들이 30살 때 25세 청년에게 신장 준다고 하던데 찬성을 했지만 걱정이 많았죠. 결혼도 못한 녀석이 큰 수술 받고 몸에

이상이라도 생길까봐(웃음). 그런데 (아들이) 통증이 왔는데도 잘 참아요. 그걸 보고 ' 아들도 이렇게 하는데, 나도 생전에 해야

겠다'   결심했죠."

 

신장 장기 기증을 서두르게 된 이유는 또 있었다. 장기본부 규정상 60세가 지나면 신장을 기증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사후 기증을

약속한 아내도 남편의 건강을 염려해 이번만큼은 반대했다. 하지만 그의 결심을 꺾을 순 없었다. 17년간 마라톤으로 다져온 건강을

믿기도 했지만 신앙생활은 실천으로 해야 한다는 그의 철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군대시절부터 믿어온 그의 믿음은 고 함석헌 선생과

장기려 박사의 영향을 받아 신앙의 실천으로 이어졌고 자녀에게도 그대로 가르쳤다. 그 결과, 국내 첫 부자기증으로 97년

복지부장관에게 상패를 받았다.

 

장기기증한 뒤 16년이 지난 지금, 그는 '산에 가면 50대보다 더 잘 다닌다' 며 건강이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기증의 실천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답한다고 한다. " 예수님 말씀을 듣고 끝낼 게 아니라 실천해야지요. 장기기증은 서로가 함께 산다는

마음으로 하는 겁니다."

 

신장 기증 한번으로는 모자라서 간까지 기증한 사람이 있다. 1996년에 신장을, 2004년에 간 30%를 기증한 김혜은씨가 바로 그다.

김씨는 "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큰 일 한 것처럼 대하니 부담스럽다" 며 " 오히려 제가 뭘 했다기 보다는 받은 게 더 많다" 고

고백했다.

 

그는 언론매체에서 장기본부를 처음 접했고 신장 기증에 대해 알게 됐다. ‘나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은 그때부터였다. 언젠가 있을 장기기증을 염두에 두고 건강관리를 시작했다. 결심은 교회에서 말씀을 들을 뒤 하게 됐다. 유치원 시절부터 신앙생활을 했던 그는 가정이 경제적으로 어렵던 시절, 교회에서 “감사할 수 없을 때 감사할 것을 찾으라”는 설교를 들었다. 대인관계 등 여러 모로

힘든 시간이었지만 찾아보니 감사할 것이 많았다. 감사의 표시로 그는 95년 신장을 기증하겠다는 기도를 드렸다.

 

"저보다 신앙이 더 좋은 남편도 처음엔 1년간 반대했어요. 이대론 안 되겠다싶어 ' 제 뜻이면 (결심을) 꺾게 해 주시고 아니면

하나님의 뜻대로 해 달라' 고 3일간 기도했지요. 기도 후 남편이 하라고 허락을 해 줘서 96년 신장 기증을 하게 됐습니다."

 

2004년 간 이식도 쉽지만은 않았다. 김씨는 먼저 기도한 뒤 딸을 통해 남편에게 호텔 레스토랑에 초청했다. 그는 남편에게 용기 내

다시 한번 이야기했다. " 내가 아주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고 싶다."  이에 남편은 허락했고, 그는 2004년

신청 보름 만에 간 기증을 했다.

 

장기기증을 2번 하고 나니 주변에서 다들 놀랐다. 무엇보다 기증에 대한 인식들이 달라졌다. 가장 먼저 변한 건 가족이었다.

1남1녀의 자녀를 둔 그는 7∼8년 전 큰 아들에게 기특한 소리를 들었다. " 아예 기부통장을 만들고 나중에 아내에게 줘서 같이

동참했으면 좋겠어요."  이를 본 딸로 오빠와 동일하게 실천했다. 2009년부터는 온 가족이 1% 운동도 시작했다. 외식비용의 1%를

떼어놓는 이 운동으로 이 가족은 한달에 4∼5만원 정도 기부하고 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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