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 - 연중기획 '함께 맞는 비' ①생명나눔/희망 꺼뜨리는 제도미비 '찬물'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위 소속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장기기증희망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장기이식이 이뤄진
사례는 제자리걸음이라며, 국민들의 장기기증 동참과 정부의 노력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 전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최근 5년간 연도별 장기기증 희망자는
▲ 2006년 39만5080명 ▲2007년 49만2785명 ▲2008년 58만4119명 ▲2009년 78만7030명 ▲2010년 92만5176명 등이다.
반면 장기이식 현황은
▲2006년 2346건 ▲2007년 2368건 ▲2008년 2857건 ▲2009년 3187건으로 해마다 늘었지만 2010년에는 3137건으로 줄어들었다.
일단 장기기증 희망자가 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장기기증 서약 방식이 필요 이상으로 까다롭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곤 한다. 희망자를 늘리는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소방방재청 중앙119구조단 헬기가 기증받은 장기를 이송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 장기기증 희망자와 실제 이식을 늘리기 위해선 정부 기관과 민간 기관이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장기기증과 이식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이원균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 사무처장을 통해 장기기증과 관련한 문제점들을 짚어봤다 .
◆ 장기기증 서약 '문턱 낮춰야'
국내에서 장기기증과 관련해 총체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은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다.
KONOS를 통해 장기기증 신청과 이식대기자 등록을 할 수 있다.
민간기관을 통해서도 장기기증 서약을 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이 운동본부다. 장기기증을 희망한다면 관련 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등록을 하면 되며, 우편이나 팩스로도 가능하다.
이처럼 희망자 등록을 하는 여러 통로가 마련돼 있지만 여전히 개선돼야 할 부분도 있다. 대표적인 게 온라인 등록 방식의 간소화 및
다양화다. 이 사무처장은 "장기기증 활성화를 주장하면서 문턱을 높이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니냐"며 "예컨대 온라인 서명 방법으로
공인인증서가 필요한데 휴대전화나 신용카드 등 본인인증 방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거래 등을 위해 공인인증서가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게 사실이다.
또 희망자 등록이 어떤 법적 구속력도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
이원균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사무처장(사진=류승희 기자).
이 사무처장은 "희망자 등록 후 법적 구속력은 없고, 단지 자신과의 약속이라 생각하면 된다"며 "언제든지 등록 취소도 가능하므로
등록 자체의 문턱을 높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 활성화 위한 '역할분담의 중요성'
국가기관과 민간기관이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협조체제를 강화했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하지만 오히려 지난해 6월에는
등록기관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장기등이식에관한법률'이 시행되면서 이식대기자 등록을 의료기관에서만 받을 수 있도록 법이 바뀐 것. 이로 인해 운동본부 등
민간기관에 등록한 이식대기자들이 수술을 거부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운동본부에 등록한 이식대기자는 무려 943명.
이 사무처장은
" 로펌의 자문을 받아 문제를 제기했고 다행히 기존 등록자는 수술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며
" 장기기증을 단지 의료의 영역으로만 볼 게 아니라 공동의 목적을 위해 국가 및 민간기관이 역할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했으면 한다"
고 주장했다.
아울러 장기기증자가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나 보험회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이 사무처장은 "만약 장기기증자에게 불이익을 주다 적발되면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법적인 제재보다 문화와 인식의 개선이 더욱
중요하고 근본적인 일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장기기증 확산과 등록의 편의를 위해 스마트폰 앱도 개발했다"며 "9월9일을 장기기증의 날로 잡고 적극적으로
장기기증의 중요성과 의미를 알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장기기증은
▲ 생존 시 기증(신장 정상적인 것 2개중 1개, 간장 일부, 골수 일부)
▲ 뇌사 시 기증(신장, 간장, 췌장, 심장, 폐, 각막)
▲사후 기증(각막) 등 크게 세가지로 구분된다.
만약 운동본부에 장기기증 희망자 등록을 하고 싶다면 전화(1588-1589) 및 홈페이지(www.donor.or.kr)를 통하면 된다.
◆ 기증자 예우 프로그램 절실 - "기증자의 숭고한 뜻 기릴 수 있어야"
본인이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스스로 한 선행이라 해도 그 선행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해줄 필요가 있다. 선행 후 '내가 괜한
일을 한 것인가'란 생각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기증도 마찬가지다. 관계 전문가들이 종종 제시하는 의견이 뇌사 장기기증자들의 유족들을 위로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2002년부터 뇌사 장기기증자 가족들에게 위로금, 장제비, 진료비 명목으로 금전적인 보상을 하고 있는데 이 점에
대해 다시 한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기기증등록 방송인들이 지난해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장기기증의 날 기념 캠페인' 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기증자 유족들에게 마음의 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경제적인 보상이 아닌 정신적으로 예우할 수 있는 진실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는
" 기증자의 숭고한 뜻이 훼손되지 않으면서 유족들에게는 자부심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며
" 예컨대 기증자의 뜻을 기릴 수 있는 공원조성 및 추모탑 건립, 기증자 가족들의 정기적인 모임이나
지역별 봉사활동 등을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원균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사무처장 역시 "장기기증을 확산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기증자 유족들이 스스로 장기기증의
의미와 보람을 적극 알리는 것"이라며 "하지만 금전적 보상이 나눔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유족들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보상을 위한 예산을 유족 예우 프로그램을 마련하는데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기증자의 이름과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안을 서울시 등과 협의해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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