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희망을 만나다 - 장기기증을 위해 태평양을 2번 건너다

s덴버 2012. 5. 7. 17:08

희망을 만나다 - "장기기증을 위해 태평양을 2번 건너다!"

 

간 기증인 문성환 님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생명을 나누는 일을 두 번이나 한 사람이 있다.

신장에 이어 간까지 기증하기 위해, 그것도 머나먼 미국에서 태평양을 건너

한국땅을 밟은 사나이 56세 문성환씨가 그 주인공이다. 대단한 결심에 존경을

표하자 '그저 때가 되어서 한 것 뿐' 이라며 특별한 일이 아닌 듯 시종일관

무덤덤하게 기증 소감을 말했다. 하지만 무심한 듯 오가는 말 속에는 아픈

환우들을 향한 진심 어린 사랑이 숨어있었다.

 

 " 두번째라 더 쉬웠습니다 "

 

지난 3월19일오후, 입원을 하기 위해 서울아산병원에 도착한 문씨의 얼굴에는

긴장감 대신 여유로운 미소가 보였다. 입원에 필요한 준비물도 빠짐없이 챙겨

왔고, 수술을 위한 사전 질문이나 유의사항에도 익숙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2000년 7월 신장기증을 한 일이 있어서인지 부분 간 기증수술을 앞두고도

전혀 긴장한 기색이 없었다. 수술을 앞두고 떨리지 않냐는 질문에는 

 " 마음이 아주 편하다 " 며 

 " 살아가면서 아픈 일이 얼마나 많은데,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잠깐

   고통을 겪는 것이야 정말 감사한 일 아니냐 " 는 대답을 돌려주었다.

 

사실, 2000년 신장기증을 하기까지는 어려움이 있었다. 바로 가족들의 반대였다. 그 중에서도 아들이 걱정되었던 어머니의 반대가

심했다. 미국에서 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한국에 장기부전 환우들이 많다는 사실을 안 문씨는 그 즉시 본부에 문의해 신장을 기증할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오랜만에 고국을 찾았다. 미국에서 온 아들을 반갑게 맞을 겨를도 없이 신장기증을 하겠다는 아들의 이야기

를 들은 어머니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어머니의 반대로 수술 일자가 미뤄지는 헤프닝이 벌어졌지만, 문씨는 포기하지

않고 끝내 어머니를 설득했다. 그렇다면 두 번째 간 기증의 경우에는 어땠을까?  

 "2000년에 신장기증 수술을 한 경험이 있어서 가족들의 동의를 얻는 것도 그때보다는 훨씬 쉬웠습니다"  간을 기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는 아들의 말에 어머니는 놀란 가슴을 또 한 번 쓸어내렸지만, 지난해 5월 신장에 이어 간까지 기증한 전형자씨의 사연을

보고는 마음이 움직였다.  "이렇게 작은 여자분도 간을 기증하는데, 나같이 건장한 남자는 아무 문제없다고 설득하자 어머니도 결국 제 손을 들어주셨죠"  

 

 "아픈 사람의 마음, 잘 알고 있습니다" 

2000년 신장을 기증할 당시 문씨는 신장과 간을 모두 기증하겠다고 했다. 의학적 상식이 없어서 빚어진 일이었지만, 진심이었다.

본부와 상담을 하던 중 신장, 간 둘 다를 한꺼번에 기증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는 신장을 먼저 기증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

간도 꼭 기증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 미국에서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간 기증의 결심을 지키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더 미루면 안 되겠다 싶어 실천에

   옮기게 되었지요 "

두 번의 장기기증을 하기까지 그의 결심 뒤편에는 아팠던 과거의 기억이 자리 잡고 있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결핵으로 병원을

수시로 오갔던 문씨는 28살 무렵 폐 절제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다. 허리가 19인치 정도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말랐었고,

폐결핵에 다른 질병들까지 겹쳐 고통이 항상 뒤따랐다. 28살 무렵 수술이나 한번 받아보고 죽자는 생각에 폐 절제 수술을 받았고,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그리고 그 후 건강이 회복되어 40대 중반에는 신장을 기증하기에 이른 것이다. 옷을 걷어보면 몸에는

온통 수술 자국이라서 대중목욕탕에 가면 사람들이 피한다고 웃으며 말하는 문씨는 죽을 고비를 넘긴 경험이 있기에 병으로 고통

받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했다.

 

문씨가 간을 기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것이 지난해 12월이니 수술이 끝나고 회복기간을 거쳐 미국으로 돌아가면 꼬박 6개월 동안

을 일을 하지 못한 것이 된다. 생명을 나누기 위해 6개월 동안이나 생업을 포기한 문씨는  "돈이야 다시 벌면 되지만, 생명을 살리는

일이야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어렵지 않겠습니까, 마음을 먹었을 때 실천에 옮겨야죠" 라며 웃어보였다. 생명을 살리기 위한 문씨의

지극한 사랑에 주변 사람들도 감동하여 지인들 중에는 사후 장기기증을 서약하고, 생존시 신장기증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문씨는 

   " 주변 분들이 제 이야기를 듣고 장기기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을 때 무엇보다 보람을 느낍니다 " 라며 

   " 이번에 제 간의 일부를 받으시는 분도 그동안 투병생활을 하시느라 고생이 많았을 텐데, 이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 라고 이식인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생면부지 타인에게 자신의 신장과 간을 기증하기 위해 태평양을 두 번 건넌 문성환씨. 그는 고국을 넘어 전 세계에 귀감이 될 만한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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