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생각] 바람 찬 이 곳에 피어난 봄의 상큼한 표정을 바라봅니다
[2013. 4. 8]
맑고 푸른 봄 날의 일요일이 지나고 다시 한 주일이 시작됩니다. 세차게 불던 비 바람이 흐린 날씨를 몰고 간 탓이겠지요.
비 온 뒤 하룻만에 맑고 푸른 날씨가 봄의 문을 열어 젖히고 우리 안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좋은 분들과 숲을
산책하며 나무 이야기, 숲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나무를 가리키느라 휘젓던 손이 시려울 만큼 바람은 매웠습니다. 손을 모아 호호
불다가 이내 주머니 깊숙이 집어넣고는 했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봄날을 데려오느라 바람이 그리 몹시도 심하게 불었던가 봅니다. 봄이 그렇게 큰 문을 열어 젖히고 우리 안에 들어왔습니다.
봄빛은 언제나 시간을 멈추고 바라보아야 눈에 들어옵니다. 아무리 곁에 들어온 봄빛이라 해도 모르고 스쳐지나가는 수가
많습니다. 뿐 아니라 때로는 아직 곁에 머무르는 봄빛을 이미 지나간 것처럼 잘못 생각하는 수도 적지 않습니다. 매화 꽃만 해도
그렇습니다. 해마다 매화 꽃이 환상적으로 피어나는 산사(山寺)의 보살님은 분명히 이야기하셨습니다.
"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했어요. " 지난 주말에 전화로 전해주신 보살님의 매화 꽃 안부를 생각하면, 아마도 이번 주 내내 선암사 매화는 절정을 이루지 싶습니다. 곳곳에서 매화 꽃 축제가 지나고, 더러 꽃잎 떨어진다 해도 아직 더 피어나야 할 봄은 있습니다.
어쩌면 더 아름다운 봄빛을 모으느라 조금 머뭇거렸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지난 2월부터 피어난 설강화 꽃만 해도 그렇습니다. 고개 숙인 채 피어난 설강화 꽃은 이제 세 장의 꽃잎을 활짝 펼치고,
속살 깊은 곳에 간직했던 초록빛 반점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그래서 더 싱그럽습니다. 사람살이가 그렇듯 식물들도 모두가
발 맞춰 한꺼번에 봄길잡이에 나서는 건 아니지요. 조금 빠른 개화가 있는가 하면, 훨씬 늦은 개화도 있습니다. 많은 설강화 꽃들이
꽃잎을 벌렸지만, 그 많은 설강화 꽃 가운데에 어떤 꽃은 이제 겨우 동그란 꽃망울을 올린 것도 있습니다.
수도권에서 목련이 살금살금 꽃잎을 피워올린 건 지난 주 초반부터였습니다. 그새 활짝 벙그러진 목련 꽃이 적지 않겠지만,
아직 활짝 열린 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엊그제 토요일에 찾아본 천리포수목원에서는 얼리버드라는 이름의 목련만 환하게 꽃을
피웠을 뿐, 나머지 목련들은 아직 더 기다려야 합니다. 봄이면 늘 가장 먼저 꽃을 피우던 비욘디아이 목련은 지난 해에 쓰러졌던
아픈 상처를 채 이겨내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올해는 얼리버드에게 그 앞 자리를 내주고, 그저 까만 어둠 속에서 침묵으로 이 봄을
지나 보내고 있습니다.
가느다란 리본이 돌돌 말리듯 꼬물꼬물 피어나던 풍년화는 완전히 만개했습니다. 활짝 피어난 풍년화가 바라보는 사람의 눈길을
따라 봄 노래를 부릅니다. 봄비 맞은 풍년화에 맺힌 빗방울이 상큼합니다. 여러 종류의 풍년화 가운데에 빠른 종류는 지난 2월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그를 좇아 다른 종류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기묘한 꽃을 피웠어요. 그리고 이제 노랗거나 빨갛거나 거의
모든 풍년화가 봄 노래를 마치고 화려한 엔딩을 준비했습니다. 며칠 지나면 이제 풍년화 가는 잎은 자취를 감출 겁니다.
봄맞이 꽃으로 봄길잡이의 앞자리에 나섰던 영춘화는 지금이 한창입니다. 개나리를 닮아,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그저 개나리이겠
거니 하시는 분들도 많은 영춘화입니다. 너무 이르게 꽃을 피우는 때문인지, 영춘화의 노란 빛은 개나리보다 옅은 색을 띱니다.
더러는 아예 노란 빛을 버리고 흰 색에 가깝게 피어난 꽃도 있고 또 더러는 한 송이의 꽃이 노란 색과 흰 색을 함께 갖기도 합니다.
차가운 바람 맞으며 피어난 영춘화가 봄 탐색을 마치고, 숲의 다른 꽃들에게 봄 기운을 전했습니다. 이제는 다른 꽃들이 그 뒤를
이을 순서입니다.
가지 위에 조롱조롱 맺혔던 산수유 꽃도 송이마다 넉 장의 자디 잔 꽃잎을 활짝 열었습니다. 큰 나무 가지 전체에 온통
노란 물감을 흩뜨린 듯 노랗게 피어올린 산수유 꽃은 얼핏 보아도 좋지만, 가까이 다가서서 꽃잎 하나하나, 꽃술 하나하나를 오래
살펴보면 참으로 신비합니다. 어찌 저리 작은 꽃들이 저마다 제 모습을 갖추었는지 참으로 용합니다. 저 꽃송이들이 떨어지고 나면
몇몇은 서서히 길쭉한 열매를 맺고 겨울까지 빨갛게 익어가는 열매를 맺겠지요. 가만히 눈을 감고 빨갛게 매달릴 열매를 그려봅니다.
가끔은 한 겨울에도 꽃을 피워 ' 미친 개나리 ' 라고 불리기도 하는 개나리가 이제 제 철을 맞았습니다. 아침부터 라디오에서는
' 오늘은 평년기온보다 낮고, 바람도 차다 ' 며 꽃샘바람을 이야기하지만, 하릴없는 봄입니다. 두툼한 겨울 스웨터와 재킷에 잠시
눈길을 두기는 했지만, 그래도 봄인 걸요. 가벼운 봄 옷으로 갈아입고 오늘은 가까운 산사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바라보겠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조금 멀리! 조금은 뒤늦은 매화 꽃 향기를 찾아 길 위에 오를 생각입니다. 오래 된 선비의 정원에 들어 매화 꽃 향기에
실려오는 옛 선비의 사랑 이야기에 오래오래 귀 기울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고규홍(gohkh@solsup.com)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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