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간 천사
- 생전의 약속대로 뇌사시 장기기증 한 故박순이 님
“아내가 소생하기 힘들다는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슬펐지만 평소 이웃돕기를 좋아했던 아내의 성품을 생각하면서 뇌사시 장기기증을 결정했습니다.” 지난 3월 7일 전주시에 사는 故박순이 님은 뇌사시 장기기증을 통해 신장 2개, 간, 각막 2개 등 5개의 장기를 기증했다. 고인의 뇌사시 장기기증 뒤에는 생존시 신장기증을 하며 먼저 생명나눔의 모범을 보인 남동생 부부 박진근·강기나 씨의 영향이 컸다.
* 천국 가는 그 길까지 이웃사랑
“어머니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장기이식을 받은 분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3월 4일 故박순이님은 자택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를 발견한 아들은 119 구조대를 불렀고 전북대
병원 응급실로 긴급 이송됐다.
여러 가지 검사와 뇌수술을 받았으나 故박순이님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7일 오전 9시 20분 박순이님은 최종
뇌사판정을 받았다.
남편 김석기씨는
“ 아내는 생전에 ‘죽으면 장기기증을 하겠다’는 말을 하곤 했습니다. 그 상황이 이렇게 빨리 올줄은 몰랐지만 아내의 원대로 해주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가족들의
의견을 모아 뇌사시 장기기증을 하게 됐습니다”
가족들은 이러한 뜻을 모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전북지부로 연락을 했다. 故박순이 님은 평소에 자신이 다니던 교회에서 독거노인을 상대로 배식봉사를 했고 큰 액수는
아니지만 불우이웃돕기 성금도 내는 등 그동안 꾸준히 이웃사랑을 실천해왔다. 그를 가까이에서 지켜봐온 이들은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마지막 가는 길까지 아름답게 가는 그의 모습에 감동했다고 전했다.
아들 김명국씨는
“쓰러지시던 그날 아침까지도 밝게 웃으시며 전화하셨던 어머니인데 그렇게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시니 아직도 믿겨지지가 않네요. 어머니께서는 아마도 좋은곳으로 가셔서 새생명을 선물하고 떠나신 걸 기뻐하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이들 가족이 뇌사시 장기기증을 빨리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故박순이 님의 남동생 부부인 박진근∙강기나 씨의 역할이 컸다. 박진근∙강기나씨는 생존시 신장을 기증한 부부신장기증인이다. 부부는 본부를 통해 2007년 1월 세계최초로 같은 날에 신장을 기증했다.
故박순이님도 이들 부부의 생명나눔을 보고 생전에 장기기증 등록을 했다고 한다.
박진근 씨는
“누님을 통해 5명이 새 생명을 얻을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평소에 하셨던 봉사와 헌신의 모습처럼 천국가시는 그 길까지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하시고 가시는 그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이웃사랑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됐습니다”
그러한 이유에서 인지 이들 가족은 장기기증에 임하는 태도가 달랐다. 어머니의 뇌사소식을 듣고 슬프기는 했지만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일이였기에 지체 없이 뇌사시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67세 고령의 나이에 뇌사시 장기기증
이번 뇌사시 기증 수술을 집도했던 전북대병원 장기이식센터 박성광 교수는
“ 고령임에도 다수의 장기를 기증할 수 있었던 것은 신속한 가족의 의사결정이 있었
기에 가능했습니다” 며 “ 고인으로부터 장기를 이식받은 환우 5명도 현재 예후가
매우 좋으며 빠르게 회복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故박순이 님의 뇌사장기기증이 더 특별했던 이유는 그녀가 67세의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장기기증을 했기 때문이다.
보편적으로 뇌사시 장기기증은 65세 이하 연령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데
67세의 고령의 나이로 뇌사장기기증을 한 것은 나이 많은 사람은 뇌사가 어렵다고
여겼던 생각에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됐다. 특히 간장, 신장 등 장기는
대부분 나이가 많으면 기증이 어렵다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고인의 장기기증은 그것을 전환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일까, 故박순이님의 장례식은 슬프기만 하지
않았다. 추모객들이 본인도 장기기증 등록을 하고 싶다며 가족들에게 장기기증 등록
방법을 문의하는 등 그들의 생명나눔을 통해 주변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장기기증에
대해 생각해보는귀한 시간이 됐다고 한다.
박진근∙강기나 부부의 생존시 신장기증에 이어 누나 故박순이 님의 뇌사시 장기기증
으로 ‘생명나눔가족’ 의 본을 보여준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와 함께 감사의 뜻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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