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이야기

[나무 생각] 사람과 함께 더 오래 살아갈 수 있는 평화를 희망하며

s덴버 2014. 8. 29. 10:49

[나무 생각] 사람과 함께 더 오래 살아갈 수 있는 평화를 희망하며

 

 

 

 

  해저무는 바닷가 들녘, 소나무 한 그루 우뚝 서있는 길을 돌아 논둑 곁으로 난 한적한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한낮에도 사람의 발길이 그리 잦은 곳은 아니지만, 해질 무렵 되니, 여름 날 저녁이 조금은 을씨년스럽습니다.

개구리 울음 소리를 벗하며 걷습니다. 길섶에 숨어 피어난 작은 생명을 만나야 합니다. 사람의 발길이 잦은

곳이라면, 사라졌을지도 모를 여리디 여린 생명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의 이름 앞에 ‘멸종위기’라는 수식을

붙여서 이야기하는 식물, 해오라비난초입니다.

 

 


  해오라비난초는 우리나라 중부에서 남부까지의 물 많은 곳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물을 좋아하지만,

햇살 좋은 곳에서 잘 자라는 이 여린 생명은 잘 자라야 40센티미터 정도까지 자랍니다. 해오라비를 닮은 하얀 꽃

한 송이를 이고 서 있는 가늣한 줄기는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힘에 겨워 보입니다. 논둑 길에 납작하게 엎드려

장하게 피어난 야릇한 모양의 꽃송이를 숨을 죽이고 바라봅니다. 가만가만 내쉬는 숨결조차 그의 몸에는 센

바람이 되어 다가들지 모르는 까닭입니다. 가는 줄기 아래 쪽에 잎사귀가 돋기는 했지만, 그나마 고작 5밀리미터

정도 되는 가느다란 폭에 길이도 5센티미터 쯤밖에 되지 않습니다.

 


  신비로운 꽃으로 싱그러운 여름 노래를 불러젖히는 해오라비난초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국가 단위의

멸종위기종 A급으로 분류한 희귀식물입니다. 이 꽃을 더 오래, 그리고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은 분들과 함께

바라볼 수 있기를 희망하는 늦여름 아침입니다.


- 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희망하며 8월 25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