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장기기증인 유가조 이야기 - 정말 잘한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세찬 바람이 불던 지난 1월의 어느 날, 도너패밀리 손영순 씨와 그의 아들 내외를 만날 수 있었다.
손님을 맞기 위해 훈훈하게 채운 집안의 온기만큼 따뜻하고, 깊은 이야기를 손 씨는 시작했다.
남편의 사랑이 영원히 머물기를 바라며
2009년 7월의 어느 토요일 오전, 평소와 다름없이 손영순 씨는 남편 고시종 씨와 함께 아침식사 후
커피 한 잔으로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아침, 그 시 간이 남편과 함께하는 마지막 시간이 될 줄은
손 씨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 여보 왜 그래요? 여보 숨 쉬어봐요. "
" 숨이…안…쉬어‥져‥컥…… "
갑자기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던 남편의 온 몸이 비틀어지기 시작했다. 불과 몇분 전만 하더라도 다정하게
커피를 나눠 마시던 남편이 순식간에 정신을 잃었다.
쓰러진 남편을 붙잡고, 당황해 하고 있을 때 눈앞에 수화기를 들어 얼른 119에 연락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구급차가 도착했지만, 이미 남편의 얼굴과 온 몸 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해있었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되어 심폐소생술을 통해 가까스로 멎은 심장은 살아났지만, 산소공급이 되지 않았던
시간들로 인해 남편은 끝내 뇌사로 추정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청천벽력같은 진단이 내려졌고,
손 씨는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 의 료진은 남편의 장기기증을 제안했고, 중환자실을 오다가다 본
장기기증 안내 책 자가 손 씨의 마음에 계속 남았기에 그녀는 슬픔속에서 두 딸과 아들을 불렀다 .
" 아버지가 저렇게 갑작스럽게 떠나는 것을 그냥 놔둘 수가 없어. 얘들아 아버지 가 누군가의 삶 속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장기기증을 하자."
어머니 손 씨의 뜻을 전해들은 자녀들은 장기기증에 함께 동의했고, 가족들의 고 귀한 결정으로
2009년 7월 23일, 故 고시종 씨는 신장과 간을 기증하며 3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왼쪽부터 1)故 고시종님의 생전 모습 2)故 고시종님의 가족사진
남편이 남겨준 마지막 유산
" 가슴이 아픈 이야기인데 남편은 주로 검정색 옷을 입었어요. 화물을 운반하다 보니 자주 옷에 때가 묻어
밝은 옷이나 좋은 옷보다 어두운 색의 옷을 주로 입었 죠. 가족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하느라 좋은 옷
한 벌을 못 입어봤어요. 그것 이 참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이 마지막으로 떠나는 날 최고급 수의를
준비하면서 하염없이 울었어요."
30년간 화물차를 운전하며 가정을 이끌고, 아이들의 학업을 지원해주고자 누 구보다 열심히 일했던 가장이었던
고시종 씨는 마지막까지도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
" 남편은 어렵게 자라서,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것이 한이 되었대요. 그래 서 우리 아이들만큼은 학업 다
마칠 때까지 지원하겠다고 쉼 없이 일만했어요."
자녀들이 이제 다 장성해서 막내아들의 대학교 졸업이 1년 밖에 남지 않았던 때 였다. 남편이 그토록 원하던 대로
아이들은 착실하게 학업을 잘 마쳤고, 두 부 부가 조금 편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남편은
그 모든 것을 누리지 못하고 떠나 버렸다.
▶왼쪽부터) 며느리 이지희, 아내 손영순 , 아들 고춘식 씨의 모습
도너패밀리와의 특별한 추억
" 본부에서 진행되는 도너패밀리 첫 소모임에 나온 이후 다 양한 행사에 참여했어요. 무엇보다 지금은 만질 수도
이야기 할 수 없지만, 가족들과 함께 남편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 서 좋아요."
도너패밀리 소모임에서 흘렸던 첫 눈물, 거리캠페인 및 문화 행사에 참석하며 느꼈던 생명나눔의 소중함 등을
이야기하며 지난 3년간 본부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손 씨는 무엇보다 지난해 송년의 밤 행사가 의미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결혼 한 지 3주가 된 막내아들 부부와 함께 참석했기 때문이다.
" 며느리가 송년의 밤 행사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훌륭한 일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장기기증을 하신 대단한
분들이 많아 놀랐다고 하면서요. 도너패밀리와의 만남은 저에게 힐링이었어요. 그곳에서 새롭게 만난 가 족들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고, 장기를 이식받아 건강하게 살아가는 이식인들을 만나며, 생명나눔이 정말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어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유산을 남겨준 남편의 생명들이 어딘가에 숨 쉬고 있을 것을 생각하며
오늘도 살아간 다는 손 씨는 이식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많은 환우들의 꿈도 모두 이뤄지길 바란다는
마지막 말을 전했다.
'장기기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일, 모레? 미루지 말고 지금 서약해요! - 배우 송재호 (0) | 2016.03.23 |
---|---|
뇌사 장기기증인 故이종훈의 이야기 (0) | 2016.03.17 |
[장기기증]-우리의 심장이 다시 뛰고 있습니다. (0) | 2016.02.22 |
[장기기증]-신장기증인 김동구 씨 - 생명을 받은 분이 건강하기만을 바랍니다! (0) | 2016.02.18 |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친선대사 하만택 교수 (0) | 2016.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