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심장이 다시 뛰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심장을 선물 받아 봉사, 나눔, 기쁨이 가득한 새삶을 살아가고 있는 세 남자를 만났다.
심부전을 앓았던 아픔의 시간부터 장기기증이라는 기적을 만나기까지, 지나온 순간들을 회상하는 이들의 얼굴엔
기증인이 남긴 뜨거운 사랑이 남아 있었다.
Q. 투병생활 당시 어떠셨는지 이야기 해주세요.
▶ 좌측부터) 김현중 , 임해철, 황인천 씨
김현중 : 2008년 12월, 당시 37살로 생수유통업에 종사하고 있던 저는 살이 급격히 빠지고, 잔기침이 잦아지는
이상 증세를 호소하다 병원을 찾게 됐어요.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 심비대와 심부전의 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심장이식만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이 내려졌습니다. 깊은 절망과 슬픔을 떠안아야만 했어요.
해가 저물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호흡곤란과 흉통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지옥같은 날들이 이어졌어요.
막막해진 제 삶을 생각하면 절망감이 몰려와 베개를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우는 날이 많았어요.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의 고통이 찾아왔지만, 그때마다 저를 지키는 아내와 아이들, 부모님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곤 했어요.
임해철 : 당시 저는 50대의 중반의 나이로 대학교에서 성악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었어요. 갑자기 호흡 곤란
증세가 나타나서 병원을 찾았죠. 검사결과 저의 심장의 기능이 정상인의 25% 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믿을 수 없는
진단을 받게 됐어요. 심장이식 외에는 삶을 연장할 방법이 없고, 언제 어떻게 위험한 순간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수차례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과 중환자실 오가야 했어요. 성악 뿐 아니라 평범한
일상생활조차 어려워졌죠. 누워서 잠을 자는 것조차 힘들어 앉아서 쪽잠을 자는 날들이 다반수였죠. 부정맥으로
빈맥 증상이 찾아올 때에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위험한 순간들을 넘겨야했어요.
황인천 : 2014년 3월 1일,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쓰러진 저는 4일 만에 중환자실에서 기적적으로 깨어났어요.
하지만 당장 심장이식을 받지 않으면 안된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육체적 고통은 물론이고 경제적 어려움까지
찾아와 저를 걱정하고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가족들과 부모님에게 늘 미안한 마음뿐이었어요 .
Q. 이식을 받게 된 순간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김현중 : 2009년 8월 8일, 그 날 저녁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에서 일주일간을 입원하고 있었어요. 간호사
선생님께서 제게 심장을 기증해 줄 기증인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해주셨고, 우연히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기증인이 서른 살의 건장한 남성이었고, 제게 생명을 선물하고 떠나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죠.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감격스럽고 기뻤지만 한편으로 고인이 되신 기증인을 생각하며 수많은 감정들이 교차했었어요.
임해철 : 2011년 8월 4일 저녁, 심장이식을 받을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 순간 어찌나 기쁘던지 가족의
손을 잡고 찬송가를 불렀습니다. 또한 기증인과 그 가족들을 위해 감사 기도를 드렸습니다. 또한 따뜻한 관심과
위로의 말 한마디로 큰 힘이 되어준 가족, 의료진, 주변 환우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습니다.
그 날, 자정이 넘었을 무렵, 같은 병실의 환우들에게 잘 다녀오겠다고 손을 흔들며 수술실로 향했습니다.
황인천 : 2015년 10월 22일, 기증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기쁘면서도 두려운 마음이 찾아왔어요.
내게 심장을 기증해 줄 기증인을 기다리는 제 자신이 너무 밉기도 했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제 삶을 위 해 누군가가 고귀한 희생으로 생명을 나눠 주셨다는 것에 죄송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고,
저는 그 날 새 삶 을 선물 받았습니다.
Q. 마지막으로 기증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전해주세요.
김현중 : 벌써 수술 받은 지 7년이 되어가네요. 수술을 받은 지 1년 뒤쯤 회복을 하게 돼 예전처럼 업무에도
복귀를 할 수 있었어요. 새 생명을 받은 기쁨을 다시 되돌려 드리기 위해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우들과 커뮤니티를 이뤄 매 달 1회 산행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해에는 기증자의 사랑에 고마움을 전하고, 환우들에게는 용기와 희망을 전하고자 장기기증 홍보를
위한 산행을 진행했어요. 5월에는 지리산 천왕봉을, 10월에는 설악산 대청봉을 다녀왔죠. 앞으로도 기증인의
삶을 이어가는 책임감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고귀한 나눔을 결정해주신 가족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그분들의 바람이라 여기고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가겠습니다.
임해철 : 새 삶을 선물 받은 지 어느 덧 4년 4개월이 지났네요. 비록 매일 약을 복용하고 3개월마다 정기진료를
다니지만, 이제 정상인의 삶을 회복하였습니다. 직장에도 복직했고, 사회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올 해 초 '사랑'이라는 제목의 음반을 제작해 '이 음반을 기증자와 가족분들에게 바칩니다'라는 글귀를 넣어
심장을 이식받았던 장기이식센터에 보내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식 후 또 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성악가로 무대에 서서 나의 이름을 알리는 대신 각종 단체와 시설, 병원 등을 찾아 제 삶을 간증하며
바쁜 나날을 보낸다는 점입니다. 이제 기증인의 사랑으로 뛰는 심장으로 기증자의 숭고한 삶을 건강히
이어가고자 합니다.
▶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행사에서 기증인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노래를 부르고 있는 임해철 씨
황인천: 저에게 내일의 삶을 계획할 수 있는 희망을 선물해 주신 기증인에게 말로 다할 수 없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특히 저와 같이 아픔을 겪다 기적적으로 새 삶을 살게 된 이식인들과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
것에도 감사합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진행한 도너패밀리 송년행사에서 느꼈던 감동을 그대로
되돌려 드릴 수 있도록 건강하고 바르게 잘 살아가도록 하겠습니 다. 하늘나라 어딘가에서 저를 응원해주실
기증인과 숭고한 결정으로 제 생명을 살려준 가족들에게 하나님의 축복과 사랑이 가득 하시길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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