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이야기

[나무를 찾아서] 자세히 오래 보아야 예쁘고 사랑스러운 진짜 이유

s덴버 2016. 4. 25. 10:01

[나무를 찾아서] 자세히 오래 보아야 예쁘고 사랑스러운 진짜 이유





  귀룽나무 가지에 옅은 초록의 새 잎이 피어났습니다. 언제라도 꽃보다 새싹이 예쁘다고 이야기하던

동무 생각 떠올라 저절로 웃게 됩니다. 먼지와 안개, 먼지 머금은 뿌연 비까지…….

그리고 사람들이 지어내는 요사한 소음들 사이에서 봄은 우리 가슴 깊숙한 곳으로 들어와 앉았습니다.

귀룽나무 새 잎은 여느 봄꽃 봄나무에 비해 걸음걸이가 늦은 편입니다.

귀룽나무의 하얀 꽃 피어나면 서서히 봄의 꼬리가 눈에 밟힐 겁니다. 가만히 바라보니 귀룽나무

새 잎 사이에서 그 하얀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봄이 발맘발맘 우리 곁을 떠날 채비를 하는 모양입니다.





  날씨가 유난스럽습니다. 여느 해보다 일찌감치 햇살 따스해져서 거개의 봄 꽃들이 대략 열흘 정도

앞서서 피어났습니다. 크고 작은 꽃들이 서둘러 꽃잎을 여는 바람에 머릿속에 담아두었던 봄맞이 순서는

하릴없이 뒤죽박죽입니다. 하얀 목련이 먼저 피어나는가 싶었는데, 숲 한켠에서는 붉은 빛 목련이 벌써

꽃잎을 떨구었고, 목련과 함께 피어나던 수선화 튤립은 이미 한창 때를 넘기고 늘어지기도 합니다.

여러 종류의 벚나무들도 순서를 저버린 채 아무렇게나 피어났습니다. 예전 그대로인 시기에 피어나는 꽃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떤 나무는 더 빠르게 또 어떤 나무는 더 느리게…….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봄입니다.





  대개는 사월 말 쯤에 절정을 이루던 이 숲의 목련 종류들도 지금은 이미 낙화를 서두릅니다.

목련 종류 가운데에 가장 늦게 피어나는 노란 색 목련들이 그나마 제 철을 기다리는지 아직 활짝

피어나지 않은 정도이지, 다른 목련 종류들은 절정기를 넘어섰습니다. 하기야 해마다 봄이면 겪는

일이지만, 온갖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나는 바람에 하나하나 일일이 살펴볼 겨를을 찾기가 참 어렵습니다.

봄이 언제나 아쉬운 건 필경 꽃 때문입니다. 하물며 마구 순서 없이 이곳 저곳에서 화들짝 꽃을 피운

이번 봄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습니다.





  수선화 종류도 그렇습니다. 다양한 모양의 수선화들을 차례대로 만날 채비를 안 한 건 아니지만 순서를

찾을 수 없이 환하게 피어나는 수선화들을 일일이 살펴보기는 아예 글렀습니다. 올 봄 가장 먼저 만났던

수선화 앙증맞은 꽃송이가 그래서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가늘고 길쭉한 꽃잎으로 앙증맞게 피어나는

수선화 종류가 떠오릅니다. 여느 수선화에 비해서는 몸집이 가녀립니다. 처음 피어난 꽃송이를 기억할 수

있다는 건 가뭇없이 사라지는 이 봄을 더 오래도록 마음 깊숙한 곳에 고이 간직하기 위한 안간힘이겠지요.





  땅바닥에 바짝 붙어서 꽃인지 아닌지 모를 만큼 독특한 모양으로 피어난 족도리풀의 꽃도 다른

봄꽃들과 함께 봄노래를 부릅니다. 형형색색으로 볼 거리가 많은 이 봄의 숲에서 족도리풀의 꽃은 참

남루하게 피어납니다. 화려한 빛깔도 아니고, 볼 만한 꽃잎도 아닙니다. ‘나도 꽃’이라고 이야기하기가

쑥스러울 만큼 초라합니다. 그래서 더 음전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맘 먹고 살피지 않으면

보지도 못하고 스쳐 지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너나할 것없이 모두가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이 봄의

숲에서 화려하지 않아서 더 오래 바라보게 되고, 기억에 깊이 남는 꽃이 족도리풀의 꽃입니다.





  족도리풀 꽃과는 정반대로 봄 숲의 길섶에서 사람의 발길을 사로잡는 꽃이 무스카리입니다.

파란 색 꽃잎을 가진 꽃이 그리 많지 않아서인지 짙은 파란 색으로 피어나는 무스카리는 언제 보아도

상큼합니다. 비슷하게 파란 빛을 가진 꽃을 피우는 개불알풀꽃이 있기는 합니다만, 무스카리의 짙푸른

색에는 못미칩니다. 대개는 무리를 지어 피어납니다. 무리 이뤄 피어나든 홀로 피어있든 무스카리는

언제나 봄 숲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풀꽃 가운데 하나입니다. 자잘한 꽃송이가 포도송이처럼

조롱조롱 이어달린 채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습은 참 예쁩니다.





  노란 색 꽃송이가 무스카리 꽃처럼 조롱조롱 피어나는 히어리도 이제 한창 때를 넘겼습니다.

꽃가루받이는 이미 마친 듯합니다. 히어리와 자주 헛갈리는 나무의 꽃으로 통조화라는 꽃이 있습니다.

역시 앙증맞은 꽃송이가 하나의 가지 끝에서 모여 피어나 조롱조롱 매달리는데, 전체적인 모양이

히어리를 닮았지요. 위의 사진이 히어리이고, 바로 아래의 사진이 통조화 종류 가운데 이사이통조화

Stachyurus praecox var. matsuzakii 'Issai'의 꽃입니다. 자세히 보면 히어리와는 분명히 다른 걸

름할 수 있지만, 얼핏 보아서는 히어리로 착각하기 십상입니다.

그 미묘한 차이를 알기 위해서는 언제나 그렇듯 자세히, 오래 보아야 할 겁니다.





  자세히 오래 보아야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건 눈으로만 보아왔던 우리의 오랜 습관에 대한 살가운

깨달음일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게 바로 제가 들어올렸던 지난 한햇 동안의 화두였습니다. 눈으로 보는 것은

워낙 확실한 결과를 가져다주기에 다른 감각적 관찰의 결과가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뿐 아니라,

대상에 대한 온갖 사념을 끄집어내지도 못합니다. 지난 번 [나무편지]의 끝에서 ‘시각을 내려놓으니

촉각이 일어나고 청각이 살아났으며 후각이 요동쳤다. 그리고 사유가 시작됐다’는 새 책의 메시지도

그런 깨달음에 따른 이야기입니다. 눈으로 본 것의 강박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그것에 대한 온갖 생각을

더불어 떠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시각과 감각, 사유에 대해 탐구해 온 지난 프로젝트에서 얻은 생각은 적지 않습니다.

한두 차례의 [나무편지]로 다 풀어내기에는 어림없지 싶습니다. 그러나 꼭 이야기하고 싶은 메시지들이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아마도 그 책이 《슈베르트와 나무》라는 제목을 달고 꼴을 갖춰 나오게 될 것입니다.

또 이 작업을 영상으로 담은 방송 프로그램 '한반도 대서사시 - 나무' 는 5월 9,10,11일에 EBS에서

'다큐프라임' 3부작으로 방영됩니다. 특히 이 가운데 11일 수요일에 방영하는 〈슈베르트와 나무〉는

바로 저의 프로젝트를 고스란히 보여드릴 겁니다. 며칠 전에 더빙까지 모두 마쳤습니다.





  영상 편집 과정을 엿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책은 비교적 '안단테 풍의 단조' 분위기를

가졌는데, 방송은 ‘알레그로 풍의 장조’ 분위기로 연주되는 음악이라고 해도 될 듯합니다.

가능하다면 책과 방송을 함께 보시기를 벌써부터 부탁드립니다. 그만큼 설렘도 기대도 큰 프로그램과 책인

까닭입니다. 아마 다음 [나무편지]에서도 무르익어가는 봄 기운 따라가는 나무들 이야기와 함께,

새 책과 방송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다시 이어가게 될 듯합니다.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 깊어진 봄 숲의 노래를 귓속 깊은 곳에 담으며 4월 25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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