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장기기증의 날 만난 외국인 기증인 천사들

s덴버 2011. 10. 20. 08:08

장기기증의 날 만난 외국인 기증인 천사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는 매년 ' 장기기증의 날 ' 을 맞아 시민들과 함께하는 캠페인을 펼쳐왔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던

지난 9월 9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올해 캠페인에는 특별한 이들이 함께했다. 잠시 동안의 체류지, 스쳐가는 여행지가 될지도 모를

타국에서 생명 나눔에 동참한 외국인 장기기증인들. 서툰 한국어에 ' 인생 ' 과 ' 삶 ' 과 ' 생명 ' 이 뒤죽박죽되고, 두 개뿐인 신장이

세 개, 네 개가 되기도 했지만 그깟 의사소통의 문제쯤이야 아무 상관없었다. 생명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만큼은 하나가 되어 통했기 때문이다.

 

' 미수다 '  미녀 4인방 에바(영국)·애나벨(영국)·브로닌(남아프리카공화국)·마리안(프랑스)

 

등장만으로도 주변이 환해졌다. 공식 '미녀' 직함을

얻은 글로벌적인 미모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보는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유쾌한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주위를 전염시켰다.

 

"친구들이 좋은 행사가 있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어 

 요. 프랑스에도 장기기증을 하는 사람들이 많거든

 요. 즐거운 마음으로 왔어요." (마리안)

 

" 남편은 이미 장기기증 서약을 했더라고요. 아직

  얘기는 안 했는데 알게 되면 분명 좋아할 거예요"  

  (에바)

 

마음이 비단결 같기도 하지, 축제 현장을 즐기듯

시종일관 미소 가득한 그녀들을 보고 있노라니

그동안 어렵게만 생각했던 장기기증에 대한 생각이

한층 무게를 던다. 18세 때 이미 고국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장기기증 서약을 한 브로닌은 한국에서

다시 한번 생명 나눔에 동참하게 됐다. 알고 보니

영국에 있는 남동생이 신장 기증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다 보니 더욱 관심을 갖게 됐어요. 언제든지 필요한 사람에게 줄 수 있으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아깝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언젠가 내가 혹은 내 딸이 아플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몸은 값진 것이에요. 또 다른 생명을 살릴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렇게 생각하고 건강관리에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 "

 

브로닌은 가족 중심의 한국 문화가 더 넓은 범위로 확대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애나벨 역시 영국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장기기증 서약이다. 한국에서 기증할 수 없는 장기는 영국에서 기증할 계획이다.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그녀에게 한국은 이제 고향과 다름없다.

 

" 의미 없는 죽음은 피하고 싶어요. 제가 죽고 나서 누군가가 살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뿐 아니라 제 인생에도 큰 선물이 되지

  않을까요? "

  
주부 이알료사 (우즈베키스탄)

결혼 17년 차 주부인 이알료사는 우즈베키스탄에서 만난 한국인 남편과

알콩달콩한 결혼생활을 하던 중 3년 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한국으로 왔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남편과 떨어져 지내고 있는 다문화

기러기 가족이다. 지난해 다니던 교회를 통해 장기기증 서약을 한 그녀는

생명나눔운동에 적극 동참해 이번 장기기증의 날 캠페인에서 외국인 기증자

대표로 서약을 하게 됐다. 한국생활 3년 만에 한국 아줌마가 다 됐단다.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6학년 두 딸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에게 한국은 이제

고국과 다름없는 곳이다.

 

" 죽으면 저에게는 더 이상 필요 없는 것이잖아요. 꼭 필요한 사람들과 나눠서

  생명을 살리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니까 하나도 아깝지 않아요. 한국이건

  우즈베키스탄이건 상관없어요. 생명을 나누는 일은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도

  충분히 값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재미교포 2세 고예솔씨(미국) & 영어 강사 알렉스(미국)

영어 강사 고예솔씨는 재미교포 2세다. 미국에서 태어나 20년 넘게 살다 2년 전

한국에 왔다. 부모님의 고향이자 자신의 고국인 한국에 대해 알고 싶었기 때문이

다. 장기기증 서약 캠페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료 강사 알렉스와 함께

참여했다. 여느 미국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이미 미국에서 장기기증에 동의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뿌리가 있는 한국에서 생명을 나누는 일에 동참하는 것은 더욱

의미가 깊다. 특히 작년에 할머니께서 암 진단을 받은 후로 생명의 소중함을

절감하게 됐다.

 

"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가족에게 그런 일이 생기고 나니 그

  간절함을 알겠더라고요. 미국에서 장기기증은 기본적인 정서예요. 요즘

  한국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고예솔씨)

 

" 국적은 상관없어요. 사람은 다 같은 사람이니까요. 필요로 하는 사람은 많고

  줄 수 있는 사람은 적어요. 도움을 받지 못해 매일 사람들이 죽어가고요. 내가

  도울 수 있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죠. 일반 사람들이 장기기증에 대해 나눌 수

  있는 정보가 더 많아지면 자발적으로 장기기증에 참여하는 사람도 늘어나지

  않을까요 ? " (알렉스)


 
건국대 외국인 대학생들 - 할쉬(인도)·알렉산드라(러시아)·안토니나(카자흐스탄)·나스짜(러시아)·로자(아르메니아)

 

" 죽는 장소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줘야죠! "

 

왜 러시아가 아닌 한국에서 장기기증 서약을 하게 되었냐는 물음에

국제무역을 전공하는 알렉산드라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일동은 폭소를

터뜨렸다. 틀린 말은 아니다. 세계 각지에서 한국으로 모여든 외국인

대학생들은 언젠가는 떠날 이곳에서 왜 장기기증 서약을 했느냐는 물음에

" 지금 내가 한국에 있기 때문 " 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부하는 분야도,

한국에 온 이유도 모두 달랐지만 어디에 있건 생명은 모두 소중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 저도 한국에 오기 전까지 장기기증에 대해 잘 몰랐어요. 처음엔 내 몸의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준다는 게 낯설었는데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카자흐스탄에 계시는 부모님도 아시면 뿌듯해하실 것 같아요.

  나중에 카자흐스탄에 돌아가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안토니나)

 

인도에서는 이미 많은 연예인과 유명인, 과학자들이 장기기증 서약에

동참하고 있단다. 전자공학 박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할쉬의 할아버지

역시 돌아가시기 전에 각막과 신장을 기증하셨다.

 

"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의 일부분이 누군가의 생명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죽은 후에도 살 수 있는 거잖아요.

  손해 보는 일이 아니에요. "  (할쉬)

 

" 한국에 와서 이런 좋은 일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참여하게 됐어요. 사람은 다 같은 사람이잖아요. 같은 나라 혹은 다른 나라,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 (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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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노정연 기자 ■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 취재 협조 /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