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시론] 장기기증자에 사회적 배려를 / 임종수

s덴버 2012. 5. 25. 13:53

[시론] 장기기증자에 사회적 배려를 / 임종수
 

정책적 뒷받침 전무, 수술비도 기증자 몫…몸·마음 어루만지는 예우 조례 제정 시급

 

교회 강도사인 정명신 씨는 올해 어린이날 놀이공원에 함께 가기로 한 자녀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급성 기관지염으로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말 서울 아산병원에서 자신의 간 일부를 기증하는

대수술을 하고는 수술 후유증으로 필자가 일하는 병원에 입원했다. 정 씨의 간을 이식한 사람은 같은 사십 대로

칠 년간 간 경화로 고생해온 평범한 가장 박모 씨였다. 가족이나 친척관계도 아니었다. 두 사람이 서로 생명의

끈을 잇게 한 데는 같은 종교단체에 다녔다는 것뿐이었다.

 

공여자 정 씨는 지난해 12월 교회 게시판을 통해 간 이식을 간절히 기다리는 신도 박 씨의 사연을 접했다.

교회에서 가진 사랑의장기기증 캠페인을 통해 장기기증의 중요성을 인식한 정 씨는 드디어 올 1월 아내에게

간 기증 결심을 전했고, 아내도 선뜻 동의했다. 어린 삼 남매를 둔 아버지와 어머니로서 앞으로의 생활이 걱정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 부부는 역시 자신들처럼 삼 남매를 둔 박 씨 부부의 가정에 새로운 행복의 끈을 이어주기로 한 것이다.

 

정 씨가 몸담은 교회와의 인연으로 그의 선행을 알게 된 병원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장기기증 운동을 장려하고 있는 만큼 당연히

기증자에 대한 예우가 정책적으로 뒷받침될 것이라고 여기고 진료비 감면 등 그를 도울 방안을 찾아보았다. 결론부터 말해 우리나라는 장기기증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기증자에 대한 수술비 등은 오롯이 장기를 제공해준 기증자의 몫일 뿐이었다.

 

소중한 자기 장기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에게 떼어준 정 씨의 수술비 400만 원은 수혜자가 부담했다. 그는 교회 목회자로 활동하고 있다. 교회에서 마련해준 사택에서 전업주부인 아내와 세 자녀가 함께 거주하며 생활비는 100만 원이 조금 넘는 목회활동비로 충당하고 있다.

 

만일 장기 이식에 따른 후유증으로 그가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가족의 생계가 막막해진다. 장기기증자는 경제적 고통 외에도 남모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선주 진주보건대 간호학과 외래교수가 지난해 생체 간 기증자 10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 면접자 대부분이

장기기증으로 인해 자신의 몸이 손상된 데 따른 상실감과 우울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기기증자인 정 씨에 대한 수술비 지원이나 수술 이후 회복에 따르는 의료비 지원제도는 없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센터 기증자 예우에 따르면 살아있는 사람이 직접 장기 이식대상자를 선정하지 않고 장기를 기증하는 경우 진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고, 근로자는 장기이식을 위한 수술기간 동안 유급휴가 처리된다. 하지만 정 씨처럼 자신의 장기를 줄 대상자를 특정할 경우 기증자 본인이

진료비 일체를 부담해야 한다. 대개 수혜자가 대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10년 사이 우리나라의 장기기증 운동은 활발했으나, 기증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통계에 따르면 2000년 1070건이었던 장기기증 건수가 2010년엔 2176건으로 두 배밖에 늘지 않았다. 하지만 장기 이식대기자의 경우 2000년 5343명에서

2010년 1만8189명으로 3.4배나 증가했다. 장기를 이식받으려는 사람은 크게 늘었으나 장기기증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 부족으로

장기를 남에게 주려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다.

 

최근 들어 지방자치단체들을 중심으로 장기기증 운동이 비교적 활발하다. 장기기증 예우 조례를 만드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대구, 인천, 대전, 경기, 강원, 충북, 경남, 제주특별도 등이 장기기증 장려에 대한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조례를 통해 공여자의 진료비 감면, 지자체 운영 각종 시설 사용료 면제 등 기증자를 예우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기증자에게 일정 금액의 위로금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부산은 장기기증자에 대한 대접이 시원찮다. 부산시에선 3년째 조례 제정이 겉돌고 있다. 장기기증이 생명나눔 운동으로 제자리를 잡으려면 기증자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사회적 배려가 절실하다. 부산시도 하루빨리 장기기증자 예우조례를 제정하기를 촉구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이 생명나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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